[홍재현기자의 소치 에세이] 기쁨·회한…의미는 달라도 소치의 눈물에 순위는 없다

입력 2014-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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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슬플 때, 억울할 때, 또 기쁠 때….’ 사람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 속에는 많은 의미와 사연이 담겨있죠. 2014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도 저마다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18일(한국시간) 역시 ‘눈물데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온통 울음바다였습니다.

먼저 기쁨의 눈물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직후입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심석희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조해리의 눈물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올림픽 메달 운이 없었어요. 어떤 메달이라도 좋으니까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금메달로 선물을 주시네요.” 조해리는 올해로 28세입니다.

오랫동안 쇼트트랙을 해오면서 우여곡절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특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3000m 계주에서 1등을 하고도 어이없는 판정으로 실격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죠. 그녀는 당시에도 억울한 마음에 무척 울었습니다. 그러나 슬픔을 토해내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4년간 열심히 준비했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덕분에 이번에는 행복한 마음으로 울 수 있었습니다.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도 관중석에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직접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타나 열띤 응원을 펼친 그녀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줬습니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선수로서 힘겨운 싸움을 이겨낸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겠죠.

물론 기쁨의 눈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해 실격 당한 중국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달래봤지만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 출전했던 네덜란드의 밥 데용도 결승선을 통과한 뒤 메달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른여덟이라는 나이에 도전한 마지막 올림픽을 끝낸 기쁨과 회한, 아쉬움 등이 섞인 눈물이었겠죠.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이유가 어떻든 결과는 나오고 희비가 엇갈립니다. 그러나 이들이 흘리는 두 가지 ‘물’, 땀방울과 눈물만큼은 감히 순위를 매길 수 없지 않을까요? 선수들은 올림픽을 준비한 4년뿐 아니라 자신의 운동인생 전부를 걸고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이유입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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