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원, 경마 입문 15년만에 꽃 핀 늦깎이 기수의 첫 승

입력 2014-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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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나이에 먼 길을 돌아와 경마 기수가 된 임기원. 그는 10여년간 마필관리사로 근무할 때도 늘 말을 타고 트랙을 질주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33세 신인 기수 임기원 ‘인간승리’

마필관리사로 10년…꿈 위해 기수 도전
수습기수 합격 후 출전까지 3년의 기다림
데뷔 3주 만에 첫 승 “다음 목표는 20승”


1월 18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 2경주는 늦깎이 신인 기수 임기원(33)의 인간승리 드라마가 펼쳐진 무대였다.

이날 임 선수는 ‘에이스플로잇’과 호흡을 맞춰 출발 직후부터 선두로 나서 결승선까지 계속 1위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다. 경마 입문 15년 만에 거둔 첫 승. 먼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꿈을 이룬 것이다.

임기원 선수는 1999년 경마교육원에 기수 후보생으로 입학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수를 포기하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기수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경주마를 훈련시키다 보면 수시로 경주에 나가 말을 타고 질주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렸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기수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임기원이 서른을 넘은 나이에 조교보가 아닌 경마 선수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지인 대부분은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새로운 모험을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왜 위험천만한 기수를 하려 하느냐”고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꿈을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 2011년 수습기수 면허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수습기수가 됐지만 출전 기회를 잡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결코 초조하지 않았다. 기다림에 익숙했고, 언젠가는 꼭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 가족, 지인 반대 무릅쓴 도전…“늦은 출발이지만 차근차근 미래 준비”

이런 신념 덕분이었을까. 그는 꿈에 그리던 첫 경주 출발대에 섰을 때 떨리기 보다는 담담했다고 한다. 실전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마침내 데뷔 3주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임 선수는 첫 우승에 대해“마필관리사로 경주마와 생활했던 경험이 기수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며 “기뻤지만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이 벅차오르지는 않았다. 대신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후 임 선수는 3승을 더해 27일까지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3년차 경마교육생인 임기원의 다음 목표는 20승이다. 안정적인 경마교육원 졸업을 위해 꼭 필요한 승수다. 더 큰 포부를 말해달라는 요구에 임 선수는 이 말을 남기고 훈련장으로 떠났다.

“예시장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을 때마다 기수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나갈 생각이다. 진짜 목표? 후배들에게 내가 받았던 혜택을 베풀 줄 아는 좋은 기수가 되는 것이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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