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역사적 개장, 주인공 KIA는 초대받지 못했다

입력 2014-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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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장하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2002년 문학구장 이후 12년 만에 탄생하는 프로야구 메인 구장이다. 그러나 300억원을 투자한 ‘또 다른 주인’ KIA 타이거즈는 개장식에 초대받지 못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선동열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300억 투자 25년간 운영·광고권 보유…광주시, KBO와 조율 없이 반쪽짜리 행사 계획

2002년 문학구장 이후 12년 만에 탄생하는 프로야구를 위한 1군 메인구장이다. 8일 개장하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이하 챔피언스필드)’는 한국프로야구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무등구장(옛 광주구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챔피언스필드는 한창 공사 중인 신축 대구구장과 함께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산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광주를 연고로 한 KIA 타이거즈가 300억원을 투자한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프로구단의 모범적인 ‘윈-윈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챔피언스필드의 또 다른 주인인 KIA 타이거즈는 8일 개장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KIA는 이날 전국 4개 구장에서 막이 오르는 시범경기 일정에 따라 대구에서 삼성과 원정경기를 치를 뿐이다.


● ‘소유주’ 광주광역시-‘세입자’ KIA의 불안한 출발

2011년 11월 착공해 총 공사비 994억원이 들어간 챔피언스필드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에 총 좌석 2만2262석, 최대수용인원 2만7000명을 자랑한다. 광주광역시 재원 396억원이 투입됐고, KIA가 300억원을 부담했다. 국비 지원액은 298억원. 지난달 28일 준공된 챔피언스필드의 ‘소유주’는 광주시다. 5일 광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300억원을 선납한 KIA는 앞으로 25년간 야구장 운영과 광고권 등에 대한 모든 권리’를 보유한다. 광주시가 집 주인이고, KIA는 앞으로 25년간 새 구장에서 사실상 주인권리를 행사할 있는 ‘세입자’인 것이다. 그러나 당당한 세입자인 KIA는 8일 개장식에 참석조차 하지 못한다.

광주시는 챔피언스필드 개장행사를 식전·공식·식후 등 3부로 나눠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다. 연예인 야구단을 초청해 기념경기도 하고, 타이거즈 레전드와 현재 광주지역 고교생들로 구성된 올스타팀의 축하경기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챔피언스필드의 실질적 사용자인 KIA가 참여하는 행사는 전무하다.


● 광주시는 왜 개장식을 서둘렀을까?

2002년 문학구장 개장식은 연고팀 SK의 정규시즌 홈 개막전 행사와 함께 치러졌다. 당시 SK의 홈 개막전이 평일이었음에도 인천시는 구단과 함께 하는 개장식에 더 큰 의미를 뒀다. 반면 광주시는 시범경기 일정과 KIA의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광주시만의 축하행사’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KIA는 4월 1일 NC와의 정규시즌 홈 개막전 때 구단 자체적으로 개장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반복 행사로 더 큰 이슈를 만들고 의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시선 분산으로 역사적인 챔피언스필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8일은 2014년 프로야구 시범경기의 개막일이다. 8일 개장식이 광주시만의 독단적인 ‘생색내기용’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개장식 날짜를 잡으면서 광주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IA는 일주일 뒤인 15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첫 시범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최소한 일주일만 늦췄어도 온전한 개장행사가 가능했음에도 광주시는 무슨 이유에선지 일을 서둘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근거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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