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24시간 촬영·모든 내용 방송 사전 동의

입력 2014-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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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SBS ‘짝’ 홈페이지

출연자들 제작과정 심리적 압박 토로
사망 여성도 지인들에 스트레스 호소


SBS 예능프로그램 ‘짝’ 제작 도중 사망한 출연자 전 모(29세·여)씨가 촬영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이를 휴대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지인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6박7일의 촬영기간 동안 현장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경찰은 현재 이와 관련해 정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짝’ 제작 과정과 관련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성 출연자 2명을 통해 ‘짝’의 제작과정을 들었다.


● “예비 커플 매칭 등 꼼꼼한 출연자 선정”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서 출연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제작진의 이메일로 접수한다. A4 용지 2장짜리 신청서는 인적사항 등 간단한 프로필과 현재 교제 여부는 물론 최근 교제한 사람과 헤어진 시기 등을 묻는다. 쇼핑몰 운영 및 그 경험 여부와 “출연에 부적합한 과거 혹은 불미스러울 수 있는 일” 여부도 적도록 했다.

1차 서류 심사에서 통과하면 더 자세한 인적사항과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제작진과 만나 “24시간 촬영 및 촬영한 모든 내용의 방송” 등 출연 동의서에 서명하고, 사전 인터뷰를 진행한다. 전 출연자 A씨는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작가와 PD 등 4∼5명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분위기인 줄 알았지만 구직 면접보다 더 꼼꼼하게 묻는다”면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인터뷰를 하는데 이 과정도 모두 녹화한다”고 말했다.

이후 제작진은 출연자의 정보와 성향 등을 일괄 취합해 예비 커플 매칭 등을 끝내고 실제 제작을 시작한다. A씨는 “원활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출연자 선정 작업이 꼼꼼한 탓에 촬영 전날 출연을 통보받는 사람도 있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촬영을 시작해 당황해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감시받는다는 느낌이 강해”

촬영 첫날, 출연자들은 출연동의서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이 담긴 동의서에 또 다시 서명한다. ‘(질이 떨어지는)수준이 낮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이성과 촬영한 동영상이 있나’ 등 각종 질문과 출연 조건이 제시되고 이를 어길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데 동의한다. B씨는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할 정도로 조건이 많다”면서 “처음에는 MT처럼 즐기다 오자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커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24시간 촬영한다’는 데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

A씨는 “카메라가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합숙소에는 화장실을 제외하고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VJ들도 계속 따라다닌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공간이 전혀 없다. 촬영보다는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대본이 있거나 제작진이 의도하는 대로 연출하지는 않지만 카메라가 너무 따라다녀 도착 첫날부터 ‘괜히 왔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일부 여성 출연자들은 ‘집에 가고 싶다’며 울기도 하고, 카메라를 잠깐 꺼달라 토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정을 추스를 공간은커녕 이런 모습도 모두 카메라에 담으니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 “스트레스 강도는 저마다 달라”

하지만 출연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진다고 했다. 개인차에 따라 점점 상황을 즐기는 편과 마지막 촬영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으로 나뉜다. 24시간 촬영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지만 특히 이성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도 못지않다고 했다.

B씨는 “둘째 날까지 직업이나 학력을 공개하면 안 된다. 스펙에 따라 이성에 대한 호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만 보고 호감을 가졌다가 스펙이 공개된 후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A씨도 “중간 과정인 ‘도시락 선택’ 장면을 집에서 보기엔 별 거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선택받지 못하면 ‘내가 왜 여기 와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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