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포츠는 “내 우상은 호세 카레라스다. 그는 백혈병 투병을 하고 함암치료를 받았음에도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이야기가 영화 ‘원챈스’(감독 데이빗 플랭클)로 탄생돼 다시 한번 감동을 안겨준다. 폴 포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원챈스’는 폴 포츠의 굴곡진 인생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해 오페라 가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담았다.
13일 한국에서의 개봉을 앞둔 폴 포츠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했다. 그는 내한 인터뷰에서 “내 이야기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장난인 줄 알았다”며 “실현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요. 생각해보면 7년 전만해도 제가 전문 오페라 가수로 세계무대에 설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제 인생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아요.”
폴 포츠의 이야기는 2007년 최종 우승한 이후부터 꾸준히 영화화가 거론됐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작품화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2008년에 계약이 성사됐고 2009년부터 대본작업에 들어갔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이자 음반기획자 사이먼 코웰은 제작에 참여했고 폴 포츠는 영화의 OST에 참여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본 당사자는 흡족하다는 반응이었다. 폴 포츠는 “환상적이었다”, “믿기지 않았다”는 말을 연거푸 하며 “코미디적인 요소와 감동적인 드라마의 조합이 좋았다. 보면서 스스로 만족했다. 특히 남(제임스 코든)의 목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는 게 상당히 신기했다”고 말했다.
카메오로 출연할 생각은 없었느냐고 묻자 “잠깐 생각했었다”고 대답한 뒤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히치콕 영화처럼 구석에 있어볼까 생각했어요. 하하. 결국 출연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와 함께 결혼식 장면을 찍는 장면을 봤죠.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내는 ‘믿기지 않아, 기분이 이상해’하며 박장대소하기도 했어요. 웃겨서 눈물까지 흘리던 아내의 모습을 본 조연출은 아내가 감동받아 울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였죠.”
극 중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아내 줄스의 이야기다. 폴 포츠가 좌절할 때마다 늘 줄스는 그의 곁을 지킨다. 폴 포츠가 쓰러질 때 일으켜주고, 좌절할 때 힘을 주는 줄수는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며 힘의 원동력이다. 그런 아내에 대해 그는 “줄스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내 줄스는 항상 제 곁을 지켰어요. 인생의 가장 큰 힘이었어요. 우울하거나 힘들 때 함께 나누며 그 시간을 극복했어요. 오페라를 공부하는데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아내는 친구들과 맥주 한 잔할 돈도 아꼈어요.”
아내의 끝없는 헌신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 폴 포츠는 오페라를 잠시 관두기도 했다. 그는 “아내에게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꿈을 이룰 자신이 없었다. 도전을 한다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한데 그 만한 자신감이나 실력이 부족했다. 하늘에서 포기하라고 말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저도 여러 번 성공할 기회가 있었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제 시간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기회가 실패로 돌아왔을 때 맛봤던 쓴맛은 제게 어려운 순간들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결국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적기였던 거죠.”
폴 포츠는 7년 전 그 순간을 종종 생각한다.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자 초심을 잡게 하는 순간이다. 그는 “내가 기회를 찾지 않아도 그 기회가 나를 찾아와준 것 같았다”며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오디션 당시만 해도 어떠한 기대감도 없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인생의 가장 큰 갈림길에 섰어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용기를 냈죠. 그 때 용기는 두렵지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영화를 보며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폴 포츠는 “많은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나 역시 어느 곳이든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며 사는 것이 소망이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