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다. 사진제공|에버모어뮤직
1996년 시나위 보컬로 메이저 무대에 데뷔한 로커 김바다는 ‘올드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걱정했지만, 최근 발표된 그의 첫 솔로앨범 ‘문에이지 드림’을 찬찬히 듣다보면 기우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로데오, 톰캣이라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거쳐 메이저 시장에 진입한 김바다는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를 시작으로 모던록을 추구하는 나비효과에서 활동했고, 현재 일렉트로닉과 개러지록을 지향하는 레이시오스와 아트오브파티스를 함께 이끌고 있다.
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으로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김바다가 자신의 첫 솔로 정규앨범에서 선택한 음악은 팝스럽고 대중적인, ‘이지 리스닝’이라 불리는 감상용 음악이다.
어쿠스틱 연주로 아련한 사랑을 노래하는 록발라드(‘소란’)가 있고, 지구가 망하고 있다면 다시 살려야 한다는 외침(‘리셋’)도 있다. 동화 같은 이야기(‘비밀’)와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을 다룬 음악(‘카인’)이 공존하는 ‘문에이지 드림’은 최신 트렌드와 노련함으로 세련미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장르에서도 팝록, 모던록, 트립합 등 다양한 사운드를 시도했고, 창법에서도 특유의 거칠고 섹시하며 개성 강한 발성과 함께, 순수하고 여린 창법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감성과 표현이 흘러넘치는 앨범을 두고 ‘올드하다’ 할 수 없다.
시나위에 앞서 1988년 ‘사이코 카페’라는 아마추어 밴드로 활동한 경력까지 합치면 26년 만에 첫 솔로앨범을 낸 김바다는 “진정한 ‘나의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됐다.
“음악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실험정신도 있었고, 이런 음악을 대중에 던져놓으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증도 있었고. 무엇보다 뭔가 ‘진짜’를 보고 싶었다. 아이돌도 ‘진짜’가 돼야 주목을 받는 시대인데, 나도 ‘진짜’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솔로앨범은 진작 내도 냈겠지만, 밴드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는 김바다는 이번 앨범을 통해 ‘솔로 아티스트 김바다’의 시작을 알리지만,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록밴드 아트오브파티스에 좋은 영향이 되길 바랐다.
타이틀곡 ‘문에이지 드림’은 JYJ 김재중에게 건넸다가 “까인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김바다스러운 곡이 아니어서 타이틀곡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측에서 좋다고 했다”며 웃었다.
김바다는 이번 앨범을 내놓고 아이돌 가수들이 주로 출연하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아이돌 음악방송’은 시나위, 나비효과 시절에 이어 12년 만이라고 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퍼포먼스, 무대에 대한 열정과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팝 아티스트로서의 열정을 가진 것 같더라. 사실 그 열정이 중요하다. 양이 많아지면 질로 승부해야 되는데, 음악성과 열정을 같이 가진, 눈에 띄는 아이돌이 있더라. 김재중 역시 아티스트로서의 열정이 대단하더라.”
대한민국의 척박한 록의 토양에서 20년간 밴드음악하면서 김바다는 “아티스트로서의 끈은 절대 놓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솔로앨범은 “음악에 힘을 빼고 가사에 힘을 많이 줘” 대중친화적인 면이 있지만, “나만의 음악적 색채, 음악의 스타일리시함은 지켜왔다”고 자부했다.
김바다는 후배 밴드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자꾸만 메이저로 올라오려고 자기 고유의 스타일을 버린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해야 그 고유의 색깔이 대중에 어필하면서 인정받는다. 자기 색깔을 더 진하게 해서 인디음악계가 다양해지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영국밴드 오아시스도 메이저에서 잘한 게 아니라, 언더에서 이미 좋은 밴드였다.”
미국 공연을 준비중인 김바다는 “대중매체에 나오지 않지만 주위를 보면 좋은 음악을 하는 실력 있는 밴드들이 많다. 나의 활동이 그들에게도 조명이 비춰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