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한국로케 ‘어벤져스2’ 퍼주기 논란

입력 2014-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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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 오브 울트론’ 국내촬영 및 대한민국 관광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 동아닷컴DB

일요일 12시간 동안 마포대교 통제

“할리우드 영화에 지원하는 건 좋아요. 그런데 한국영화였다고 해도 같았을까요?”

얼마 전 대작영화를 만든 한 영화 제작자는 반문했다.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의 후속편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을 앞두고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등이 대대적인 지원을 쏟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18일 오전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와 ‘어벤져스2’ 제작사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촬영은 30일부터 4월14일까지 15일 동안 서울과 경기도 의왕시에서 이뤄진다. 눈길을 끄는 건 서울시가 제공하는 ‘교통 편의’다. 시간당 5000여대의 차량이 오가고 60개 노선의 버스가 운행하는 마포대교를 일요일인 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전면 통제한다. 4월2일부터 4월5일까지는 100여대의 버스가 운행 중인 월드컵북로 1.8km구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일 12시간씩 막는다. 또 다른 촬영지 청담대교, 강남대로의 상황도 비슷하다. ‘파격’을 넘어 ‘퍼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벤져스’는 2012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15억 달러(1조6000억원)의 수익을 거둔 흥행작이다. 한국에서도 700만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그 후속편에 서울 주요 지역이 담길 경우 형성될 관광·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더욱이 제작진은 서울의 모습을 ‘첨단의학과 선진 IT기술이 집약된 도시’로 그리기로 약속했다. 영화에는 20분 동안 서울이 담긴다.

그러나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단 로케이션 비용이다. ‘어벤져스2’가 한국 촬영 때 쓸 제작비는 약 100억원. 제작진은 영화진흥위원회가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외국영상물 로케이션인센티브’ 지원에 따라 100억원 가운데 30%, 즉 30억원은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다.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일부 주민들이 15일 동안 ‘일상’과 밀접한 교통 혼잡을 감수해야 하는 ‘손실 비용’에 대해선 누구도 계산하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번 로케를 통해 약 251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전망했다. 개봉 후 관광객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 역시 연간 876억원으로 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아직은 ‘기대치’일 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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