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음악이라는 강물에 몸을 던지다

입력 2014-04-02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소라는 8집에서 강렬한 록 음악을 들려준다. 발라드를 기대했던 팬들에겐 생소하겠지만 그의 음악 여정은 자유분방하기만 하다. 사진제공|세이렌 엔터테인먼트

■ 이소라 8집 ‘8’ 미리 들어봤더니…

록 밴드 사운드에 트랙마다 강약 조절
타이틀곡 ‘난 별’ 음울한 감성과 조화

자기 목소리보다 전체적인 음악 우선
파격? 변신? ‘음악의 본질’에 몸 맡겨


“작곡을 하지 않으면서 앨범을 완벽히 장악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멋진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3월31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이소라 8집 ‘8’ 미리듣기 행사에서 가수 이한철은 이소라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한철은 이소라 5집부터 참여해왔고, 이번 8집에도 한 곡을 작곡해 담았다.

그의 말처럼 이소라는 작곡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분명한 자기색깔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다. 앨범마다 당대 최고 실력의 남성 작곡자들은 이소라를 위해 멜로디를 바치고, 이소라는 자신만의 감성언어로 쓴 노랫말로 그 멜로디를 지배한다. 각 작곡가들의 개성은 이소라의 자기장 안에서 일정한 빛깔로 채색된다.

이소라가 8일 6년 만의 새 앨범 ‘8’을 발표한다. 정지찬 김민규 이한철 정순용 임헌일 정준일 등 6명의 남자들이 작곡가로 참여했다. 이소라는 이들에게 자신이 즐겨 듣는 음악을 들려주고, 추상화 등 미술작품을 보여주면서 ‘영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편곡 과정을 지휘하며 자신만의 철학과 감성을 이식해 온전한 ‘이소라 노래’로 만들었다.

이소라의 새 앨범은 밴드가 만들어내는 힘찬 록 사운드로 가득하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깊은 색깔의 ‘8’은 첫 트랙 ‘나 포커스’부터 전속력으로 맹렬히 달려가다 ‘좀 멈춰라 사랑아’ ‘쳐’ ‘흘러’ ‘넌 날’ ‘너는 나의’를 지나는 동안 서서히 속도를 줄여간다. 7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난 별’에 이르러 록의 쇳소리와 이소라의 음울한 감성이 중화를 이루고, 마지막 트랙 ‘운 듯’에서는 차분히 어쿠스틱으로 숨을 돌린다. ‘난 행복해’ ‘처음 느낌 그대로’ ‘바람이 분다’ 등 발라드를 기대했던 사람에겐 자칫 생경한 음악들이다.

이소라는 이번에 자신의 목소리를 도드라지게 하지 않았고, 악기들과 비슷한 볼륨으로 전체 사운드에 목소리를 곱게 묻었다. 정준일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었다”고 했다. 타이틀곡 ‘난 별’의 정지찬은 “가수의 목소리에 집중했고, 이소라는 기타의 톤을 중요시해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결국 이소라가 이겼다. 보통 가수였다면 목소리가 부각되는 사운드를 원했을 텐데, 이소라는 전체적인 음악을 생각한다”고 했다.

이소라의 이번 새 음악을 두고 혹자는 ‘파격’이라 하고, ‘변신’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소라는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가듯 음악의 본질을 따라 흐른다. 1993년 재즈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로 데뷔한 이소라는 1995년 솔로로 전향하면서 대중적인 발라드를 불렀다. 3집에서는 강렬한 록 음악으로 호불호가 엇갈렸고, 4, 5집에선 다시 재즈, 보사노바로 돌아왔다. 6집에서 애잔한 발라드로 돌아왔다 7집부터 다시 밴드 사운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궤적을 보면 이번 앨범에 담긴 록 음악은 생소한 시도가 아니다.

6집까지 대부분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사랑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이소라는 7집부터 기타를 통해 인간과 삶, 자기성찰을 노래했다. 5집부터 자신이 직접 제작과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그의 유영은 더 자유로워졌다.

정지찬은 “이소라의 음악은 멈추지 않고 점점 자라서 변화해간다.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이 나올까’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