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기자회견 못 나가” 오만방자 광저우 리피 감독

입력 2014-04-02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피곤하다는 이유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ACL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한 광저우 마르첼로 리피 감독(왼쪽 3번째)이 공식 훈련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중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주|남장현 기자

전북과 챔스리그 공식행사 11분 전 일방통보

한 번 잘못은 실수로 눈감아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변명으로 같은 상황을 재연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프로축구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마르첼로 리피(66·이탈리아) 감독 이야기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와 광저우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G조 예선 4라운드를 하루 앞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오후 2시19분 광저우의 회신이 도착했다. “리피 감독이 피곤해서 기자회견에 나설 수 없다.” 당초 예정됐던 인터뷰 시작 시각 11분을 남긴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이다. 전북 프런트는 물론 인도 국적의 AFC 감독관과 인터뷰룸을 가득 채운 중국 취재진까지 모두 당혹스러워했다.

리피 감독의 안하무인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전북과 ACL 예선에서 만났을 때도 똑같이 행동했다. 그 때도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 불참해 벌금 1000달러(약 106만원)를 냈다. 과거 이탈리아대표팀을 월드컵 우승까지 이끈 명장이지만, 유독 전북 원정만 오면 피곤해한다. 광저우는 “어제(3월 31일) 출국 비행기 연착으로 3시간을 기다려 자정에 한국에 도착했다. 또 오늘 아침 전북이 예약해둔 선수단 호텔이 있는 군산까지 이동하느라 잠을 못 이뤄 감독과 선수 모두 피곤하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해에는 “감독 경력 30년 중 가장 몸이 아팠다”고 했었다.

이날 리피 감독의 불참 사태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광저우는 오후 5시 기자회견을 희망했다. 이에 전북은 당초 오전이던 인터뷰 시간을 오후로 옮기며 배려했다. 그러나 광저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군산과 전주를 오가기 싫어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 일정까지 건너뛰는 것은 아시아축구를 무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AFC는 ‘ACL 관련 행사 불참시 벌금 1000달러와 출전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벌금만 부과했다. 올해도 벌금으로 그친다면 거듭해서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전북은 3월 18일 광저우 원정에서 1-3으로 패했다. 전북의 명백한 득점이 오심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피곤하시면 몸에 좋은 약이라도 (리피 감독에) 선물하고 싶다”는 농담을 던졌지만 눈빛에는 필승 의지가 가득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