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박종석 “4년 뒤 평창까지 우리 함께 뛰자”

입력 2014-04-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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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20년째 현역 선수로 벨로드롬을 달리는 박종석에게 가장 큰 힘은 가족이다. 그는 한국피겨 기대주로 떠오른 딸 소연(오른쪽 사진)을 생각하면 훈련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스포츠동아DB

■ 경륜 선수 박종석이 ‘피겨 기대주’ 딸 소연에게 보내는 편지

실수 용납 않는 승부의 세계 피겨·경륜
아빠도 남은 현역생활 늘 최선 다할게


경륜 베테랑 선수인 박종석(49·2기)은 3월31일 김포공항을 찾았다. 3일간의 힘든 레이스를 마친 직후였지만 일본에서 귀국하는 딸을 만난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몰랐다. 입국 게이트에 도착한 그는 몰려 있는 취재진에 깜짝 놀랐다. 새삼 딸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박종석의 딸은 3월29일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톱10(9위)에 오르며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박소연(17·신목고)이다.

박종석은 공항에서 딸과 만난 직후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소연이를 한 달 만에 만났지만 함께 식사도 못했다. 인터뷰와 대표팀 스케줄로 얼마나 바쁜지…”라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가 투박한 호남 사투리로 조심스레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한국 피겨의 기대주로 자리잡은 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박종석과의 인터뷰를 ‘딸 소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해봤다.

장하다, 우리 딸 소연!

사실 아빠는 네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단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 경주에 편성되는 바람에 경륜장에 입소해야 했거든.

그래도 합숙하는 5일 동안 내 관심은 오직 바다 건너 일본의 네게 있었단다. 그 때문인지 이번 세 차례 출전한 경기 성적이 저조해 믿어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야.

사람들은 소연이를 두고 이렇게 얘기하지. 경륜선수 아버지의 체력과 무용을 전공한 어머니의 예술적 감각을 물려받아 피겨 재능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엄마, 아빠는 천부적 재능이 아닌 땀과 눈물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점프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수천, 수만 번 얼음판에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봤거든. 특히 아빠도 직업 운동선수여서 정상으로 도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경륜 선수들은 대부분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 출신이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보디빌딩 선수 생활을 하며 취미로 자전거를 즐기다 경륜선수가 됐지.

아마추어 선수 경력이 전혀 없는 아빠가 20년째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술·담배를 하지 않고 보디빌딩을 할 때 몸에 밴 철저한 몸 관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600명이 넘는 경륜 선수 중 아빠보다 연장자는 민인기(53·2기) 선수 단 한 명이란다.

아빠는 경륜과 피겨스케이팅이 닮았다고 생각해.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힘든 승부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걸 알기에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해 마음 속으론 늘 미안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한 말도 “정신 바짝 차려” 한 마디였지.

하지만 이번에 네가 좋은 성적을 낼 것을 확신했어. 소치에 다녀온 후 달라진 네 눈빛을 봤거든. 비록 올림픽에서는 첫 출전의 부담 때문에 실수가 많았지만,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 본 경험은 너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었어.

소연아, 약속 하나 할까. 우리 앞으로 4년간 함께 노력할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은 은퇴한 김연아의 뒤를 이어 네가 평창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서 줄 것을 바라고 있어.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아빠도 네게 부끄럽지 않도록 남은 현역생활 동안 늘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게.

아빠는 너의 영원한 팬이란다.

김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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