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밀어치고 싶은 유혹, 수비 시프트의 함정

입력 2014-04-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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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한이. 스포츠동아DB

■ 수비 시프트, 확률인가 도박인가

상대 타구 데이터 따라 수비 위치 변경
확률 의존…주자 없을 때 활용 극대화

박한이·김현수 타구 방향 바꿔 역이용
거포형 타자는 타격폼 고수 정면 돌파


삼성 박한이는 좌타자인데도 좌전안타를 곧잘 만들어낸다. 밀어치는 능력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4일 울산 롯데전에서도 박한이는 2안타를 전부 좌전안타로 쳐냈다. 그래서 롯데는 5일 박한이 타석 때, 3루수와 유격수를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수비 시프트를 시도했다. 그러자 박한이는 3방의 안타를 모두 중견수 쪽으로 보냈다. 수비 시프트의 빈틈을 노려 폭이 넓어진 중앙으로 타구를 날려 보낸 것이다. 롯데 표성대 전력분석원은 “그만큼 박한이가 영리한 선수”라고 평했다. 동시에 “수비 시프트는 결국 확률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위험이 크더라도 확률을 추구하는 야구의 ‘비합리적 합리성’이 수비시프트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 수비 시프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수비 시프트를 짜는 두 가지 전제는 타자의 타격폼(원인)과 타구방향(결과)이다. 타자의 스윙 메커니즘을 보면 얼마나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타자인지 알 수 있다. 타구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수비 시프트의 확률이 올라간다. 대개 수비 시프트는 좌타 거포에게 주로 적용된다. 예전 롯데 카림 가르시아나 두산 김현수가 나올 때 그랬고, 올 시즌도 SK 루크 스캇이나 LG 조쉬 벨이 타석에 들어설 때 2루수가 뒤로 가고 유격수가 2루 방향으로 이동하는 시프트가 목격된다. 다만 수비 시프트의 활용도는 주자가 없을 때 극대화된다. 주자가 있을 땐, 시프트가 빗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수비 시프트를 역이용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시프트가 들어가면 텅 빈 공간이 눈에 확 띈다. 가령 좌타자는 우측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보고, 좌측으로 밀어 치면 땅볼만 굴려도 안타가 될 것을 안다. 단 그렇게 할 수 있는 타자가 많지 않다. 밀어치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밀어 친 안타 1개를 얻으려다 자기의 타격폼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후의 4할타자인 테드 윌리엄스(전 보스턴)가 극단적 시프트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잡아당기는 스윙을 고수한 것도 그래서다. 스캇이나 조쉬 벨 등 거포형 타자일수록 시프트를 역이용하기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호한다.

반면 예외가 삼성 박한이나 두산 김현수 같은 스타일이다. 박한이처럼 타구를 여러 방향으로 보낼 능력을 가진 교타자나 김현수처럼 의식적으로 타구 분포를 바꿔나가는 타자는 시프트의 성공 가능성보다 위험성을 커지게 만든다.

울산|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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