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일우 "김우빈-김수현 인기, 의식하지 않는다"

입력 2014-04-10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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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김우빈 인기, 의식하지 않는다”

MBC 주말드라마 '황금 무지개'(극본 손영목, 연출 강대션)는 출생의 비밀, 원수가 되어버린 남녀의 사랑, 권선징악과 같은 요소들로 가득찬 '흔한 한반도의 드라마' 였을망정 주연배우들의 부담은 결코 흔하지 않았다.

특히 서도영 역을 맡은 정일우는 극 초반 발랄하고 가벼웠던 모습과는 달리 복수를 위해 어둡고 냉정한 '다크 도영'을 연기하는 등 여느 때보다 어려운 연기를 펼쳐야 했다.

"'황금 무지개'를 선택한 이유도 전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평소에도 말이 없고 진지한 편이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이번에 맡은 서도영 역이 '네 모습 같다'고 하더라고요."

'황금 무지개'가 정일우의 첫 주연작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그가 두드러지게 전면에 나서 극을 끌고 나가는 경우도 없었다. 그가 어떤 매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던 셈이다.

"조민기 선배가 제게 '남자배우는 중저음이 매력적이야 오래 살아 남는다'고 해주셨어요. 남자 주인공이니까 ‘네 목소리를 찾고 잘 이끌어 나가보라’고 충고도 해주셨죠. 극중 창고 장면에서 도영이 자살하는 신 후에는 칭찬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정일우가 제작진과 연기자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던 권총 자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인 복수를 끝내고 백원(유이)과의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하는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장면은 '황금 무지개'를 잠시나마 느와르로 만들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다음 장면에서 겨우 살아난 도영이 백원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과 희망에 가득찬 무지개를 보는 모습은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안심을, 다른 시청자들에게는 실망을 안겼다.

"연기한 제 입장에서는 도영의 마지막은 창고에서의 자살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은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시청자 분들을 위해 만든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요. 아니면 백원이의 상상이거나."

'황금 무지개'를 마친 정일우는 올해로 연기자 생활 9년째를 맞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데뷔 10년차가 되는 셈이다.

"이제서야 겨우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촬영장은 어떤건지 조금씩 눈이 뜨이는 것 같아요. 최근에 데뷔할 때 작품들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하이킥'의 윤호를 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걸 기억해 주고 사랑해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정일우는 지난 9년 동안 인기의 단맛도 봤고, 공백기의 쓸쓸함도 경험했다. 싸움 잘하고 남자다움으로 무장했던 '하이킥'의 윤호는 시간이 흘러 한 여자를 위해 복수도 할 줄 아는 '황금 무지개'의 도영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정일우가 의젓해 지는 사이에 또래의 경쟁자들도 등장했다. 유감스럽게도 정일우를 대체할만한 남자 배우들이 여럿 나타났다.

"김우빈이나 김수현 같은 또래 배우들에게 특별한 경쟁의식을 갖는 건 제게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배우보다 드라마 속 배역의 이미지라는 걸 아니까요. 그냥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고 좋은 작품을 만나 열심히 연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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