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아 “영화 통해 혼자라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입력 2014-04-22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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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연기자 보아는 “어색한 영어 발음이 다들 귀여웠다고 하더라고요”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혹시 알고 있는가. 가수 보아(28)가 배우로서 첫 발을 디딘 곳이 할리우드였다는 사실을. 지난해 9월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에서 여주인공으로 시청자들에게 먼저 인사했지만 2011년에 촬영한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Make Your Move)가 그의 공식 데뷔작이다.

3년이 지나 개봉한 이유는 이렇다. 북미와 동시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던 이 영화는 2011년 북미 배급사의 CEO가 도중 사망하는 바람에 개봉과 관련한 모든 일정이 중단됐다. 이후 2013년 여름 다른 배급사와 계약을 체결해 드디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자신의 작품을 만나게 된 보아는 걱정이 되고 쑥스럽기도 하나보다. 그는 “‘연애를 기대해’가 먼저 방영이 돼 팬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내 첫 작품이었음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미숙한 연기도 잘 봐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스크린에 제 얼굴이 나온다니…. 어렸을 땐 꿈도 못 꿨죠. 연기를 한다는 것에 감흥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나서도 ‘왜 내가 연기를 하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춤을 추는 사람이니까 댄스 영화를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죠.”

그렇게 의문과 설렘을 안고 배우의 문으로 들어선 보아는 연기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상대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한 작품을 위해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는 점은 지난 14년간 가수 생활을 해온 보아가 느끼지 못한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는 “혼자에 익숙한 내가 사람들과 부딪히며 정을 쌓은 좋은 경험”이라고 밝혔다.

“솔로활동을 하다보니 앨범제작부터 활동까지 혼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노래는 제가 해석한대로 부르면 끝인데 연기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다각도로 캐릭터를 볼 수 있었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쏙 나왔다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 이후에 노래를 부를 때도 좀 더 감정을 실을 순 없는 지 생각하게 됐어요.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미국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 출신인 데릭 허프와 함께 춤을 추고 연기한 점은 어땠을까. 가수 활동을 하며 솔로 활동만 해왔던 그에게 듀엣 댄스는 익숙하지 않았다고. 게다가 음악이 수정되고, 카메라 각도에 따라 춰야 하는 춤의 횟수가 많다보니 체력적인 소모가 컸다고 했다.

“아마 신인시절보다 춤 연습을 더 많이 했을 걸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데릭이 저를 번쩍 드는 장면이 있어요. 감독님이 한 번에 가길 바라셔서 데릭이 오랫동안 절 들고 있어야 했죠. 그러다보니 데릭도 힘들었는지 저를 놓쳐서 떨어진 적이 있어요. 그 때 그에게 화를 좀 냈죠. 하하. 자칫 잘못하면 서로 다칠 수 있으니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었어요.”

가수 겸 연기자 보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번 영화에서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가 연기한 ‘아야’는 일본 전통 타악기인 타이코 드럼을 연주하는 댄스 그룹 ‘코브’의 리더이자 한국계 일본인. 왜 보아는 재일교포 연기를 했어야 했을까.

그는 “이 영화의 주된 모티브는 뉴욕에 실존하는 댄스 그룹 ‘코브’”라며 “감독님이 그 공연을 본 후 영감을 얻어 각본을 썼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타이코 드럼에 영감을 받으셨는데 제가 한국인이라고 모든 걸 바꿔버리면 제가 영화를 찍을 이유가 없더라고요. 감독님과 여러 가지 절충안을 찾다보니 재일교포라는 설정으로 촬영을 하게 됐어요.”

이어 배역 이름인 ‘아야’에 관해서도 “일본인답지 않은 재일교포 이름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한글이름을 쓰자니 받침이 많아 외국 배우들이 발음하기 어려웠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아야’라는 이름이 나왔다. 그 때만 생각하면 어휴…. 정말 골치가 아팠다”고 말했다.

‘메이크 유어 무브’를 통해 새로운 언어, 악기, 춤을 섭렵한 보아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10년이 넘게 가수활동을 하며 가끔은 버겁다는 생각을 한 그가 영화를 통해 다시금 가수활동에 재미를 찾게 된 것.

“오랫동안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 무대가 아닌 곳에서 파트너와 함께 안무를 추며 교감과 즐거움을 느꼈어요. 게다가 제 음악에 다른 장르를 섞어서 춤을 추니 새로운 것도 만들게 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보아는 연기와 가수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현재 이정재, 신하균 등 선배 연기자들과 영화 ‘빅매치’를 촬영 중이다. 내년에는 가수 데뷔 15주년 기념으로 일본 활동에 돌입한다.

“14년 동안 힘겨운 연예계 생활을 잘 버텨왔던 것 같아요. 네모난 바퀴를 열심히 굴려 동그랗게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많은 것을 이겨내고 버텨왔으니 이제는 이 직업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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