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박항서 감독이 지난달 16일 벌어진 K리그 클래식 수원과의 원정경기 도중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박 감독은 월드컵 출전을 꿈꾸는 소속선수 이근호를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부상때 수술 대신 약물치료·컨디션 조율 도와
“본인은 얼마나 간절하겠어요. 그걸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상주 상무 박항서 감독은 ‘애제자’ 이근호(29)의 이야기를 묻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한국축구의 대표 공격수 중 한명인 이근호가 그 누구보다 열렬하게 2014브라질월드컵 출전을 꿈꾼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 후반 교체 출전했던 이근호는 왼쪽 무릎을 다쳤다. 생각보다 통증이 컸다. 수술까지 고려했다. 병원 5곳을 방문해 진단받은 결과 수술은 필요 없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철저한 관리와 치료가 병행돼야 했다.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현 시점. 만약 수술을 했다면 지난 4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이근호는 2010남아공월드컵 직전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아픔을 갖고 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하며 당시 허정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유럽 진출 실패와 맞물린 컨디션 난조로 인해 마지막 전지훈련지 오스트리아에서 쓸쓸히 귀국했다. 허 부회장 역시 “가장 아픈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이번에는 박 감독이 마음을 졸인다. 그렇다고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일 순 없다. 제자가 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이근호의 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팀 훈련은 정상적으로 진행하지만,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시간을 조절해준다. 다혈질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스승의 세심한 배려다. 박 감독은 “(이)근호의 월드컵 열망이 정말 크다. 5월 대표팀 소집까지 최고 컨디션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제자 월드컵 보내기’ 특급 프로젝트다.
아직 이근호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정규리그 6경기에서 1골(1도움)을 넣었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활약도가 적다. 그래도 컨디션과 감각이 점차 올라오고 있다. 이근호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월드컵 한 골이면 드라마를 완성한다”며 강렬한 월드컵 염원을 전한 바 있다. 이심전심의 사제지간이다. 이근호는 브라질에서 골 맛을 보고, 귀국 후 박 감독에게 유쾌한 월드컵 복귀 신고를 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