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감독이 떠난 덕아웃, 그리고 남겨진 이들

입력 2014-04-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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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김기태 감독이 23일 전격적으로 사퇴함에 따라 조계현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게 됐다. 24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리는 ‘201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조계현 감독대행이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덕아웃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수장이 바뀐 그곳엔 적막이 감돌았다.

LG 조계현(50) 감독대행은 24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 섰다. 23일 자진사퇴를 알린 김기태(45) 감독이 떠난 자리를 대신했다. 간밤에 잠을 못 이룬 탓인지 얼굴은 수척했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멍하다”는 말로 현재의 심경을 표현했다.

김 감독보다 다섯 살 위인 조 대행은 2012년부터 LG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작년 페넌트레이스 2위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어냈다. 움츠려있던 LG팬들이 기지개를 켜고 고이 모셔뒀던 유광점퍼를 꺼냈다. 올해도 강한 자신감으로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17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김 감독이 물러났다.

팀 분위기 수습을 위해 중책을 떠맡게 된 조 대행은 “안타깝지만 선수들은 경기를 해야 한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하신 말씀처럼 선수들이 분위기를 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속내가 무척이나 복잡할 터. 어수선한 상황에서 말을 아꼈다. 선수들에게 정성스레 티볼을 올려주며 잡다한 생각을 잊으려고 몸을 바삐 움직였다.

‘주장’ 이진영도 가슴이 아프긴 매한가지. 그는 “슬픈 일이고 아무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밝히면서 팀의 주장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선수로서 책임감을 통감했다. 그는 “팀 성적이 좋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빨리 추슬러서 남은 경기를 잘 해야 한다. 감독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일 것이다”고 담담히 말했다.

삼성에서 함께 현역시절을 했던 류중일 감독도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은 늘 외로운 위치다. 김 감독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밟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동병상련을 밝혔다.

대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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