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2만9318명 입장…슈퍼매치 살아났다

입력 2014-04-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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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에스쿠데로(오른쪽 2번째)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슈퍼매치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팀 동료 고요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은 수원 골키퍼 정성룡.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양팀 세월호 사고 애도 홍보·응원 자제
곳곳엔 현수막 대신 노란색 리본 물결
90분내내 함성 대신 박수로 경건한 응원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0라운드에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 7대 라이벌전으로 꼽는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항상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끈한 열기를 발산해온 슈퍼매치였지만, 여건과 시기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정규리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홈팀 수원은 훨씬 큰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의 최고 흥행카드로 꼽히는 27일 서울과의 홈경기를 적극 알려야 했음에도 최대한 자제했다. 수원, 서울 양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건하게 슈퍼매치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더욱이 수원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많은 안산 단원고가 인접해 있어 무척 조심스러웠다. 이에 따라 양 팀 감독들과 선수들, 프런트가 펼치는 입심대결도 전혀 없었고, 언론의 관심 역시 평소보다는 훨씬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하늘에선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렸다. 관중 입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낮 12시15분 무렵(킥오프 2시간 전)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스탠드 대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수원 구단 관계자도 “국가적인 비상사태와 국민적인 추모 및 애도 분위기 속에 어떠한 홍보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홈경기 이벤트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온 양 팀 서포터스도 비교적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프렌테 트리콜로(수원)와 수호신(서울)은 북이나 장구, 나팔 등 어떤 응원 도구도 준비하지 않았다. 선수와 팀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조차 없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경쾌한 외침도, 신명나는 음악도 없었다. 그 대신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이 경기장 곳곳에 나붙었다.

그러나 ‘팬심’은 슈퍼매치를 외면하지 않았다. 꾸준히 관중이 입장했고, 하프타임 무렵에는 2만9318명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년과 같은 4∼5만명의 관중몰이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부족함은 없었다. 잠시 사라져버린 열띤 응원전 대신 박수갈채와 경건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명품 매치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90분 드라마의 승자는 원정팀 서울이었지만, 제대로 된 홈 어드밴티지를 살리기 힘들었던 수원도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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