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가 주장으로서, 팀의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헌신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독한 부담을 벗어던진 건 ‘헌신의 자세’였다.
삼성의 4번타자 최형우(31)는 시즌 내내 아쉬움이 많았다. 타율은 꾸준히 3할 이상(7일 현재 0.316)을 유지하며 지난 시즌의 0.305를 웃돌았다. 볼넷도 14개나 고르며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에 이어 팀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개인적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 홈런이나 타점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진 않았다. 25개 이상의 홈런과 80타점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29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박병호(넥센)에 이어 각 부문 2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도 최형우라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수치이고, 목표라고 하기는 부족했다.
최형우가 정한 유일한 목표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하는 것이다. 또 애매모호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4번타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팀이 득점 기회를 맞았을 때 확실하게 타점을 뽑아줄 수 있는 능력. 최형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타율이나 홈런이 아닌 득점권 타율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0.329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보다 2푼 이상 높았다. 찬스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 시즌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7일 현재 득점권 타율이 0.226이다. 이 때문에 8타점에 그쳤다. 그동안 고민했던 이유였다.
최형우는 6일 문학 SK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부담감을 떨쳐냈다. 희망의 빛도 봤다.
1회초 선취점이 되는 적시타를 때린 뒤, 김태완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다 상대 포수 정상호의 스파이크에 왼쪽 손등이 밟히는 부상을 당했다. 손에 힘이 실리지 않아 타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출전을 계속했다. 의지였다. 결국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7회에는 결승 타점을 때렸다. 모처럼 웃었다. “득점권에서 잘 못 치니까 부담이 컸다. 오늘 같이 중요한 상황에서 당연히 타점을 올려야 한다. 오늘은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4번타자의 훈장은 타점이다. 그것도 중요한 순간, 팽팽한 고비에서 쳐내는 타점이다. 그래서 최형우는 아픔을 참고 뛰고 찬스가 오면 팀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있다.
문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