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방송된 '정도전'에서는 목은 이색의 정계 복귀와 전제개혁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정몽주와 정도전의 모습이 펼쳐졌다.
정몽주는 공양왕(남성진)의 지시를 받아 이색의 복귀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지주 출신으로 사전 폐지에 반대하는 이색의 복귀는 정도전과 그를 따르는 무리에게 정치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몽주와 정도전은 이색의 복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이성계(유동근) 앞에서 정치의 본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먼저 정몽주는 "정치란 절충이어야 한다. 반대파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는 야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역성혁명을 꿈꾸는 정도전에 대해서도 "복수심에 사로잡힌 자"라고 평했다.
그러나 정도전은 "수백 년간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온 밥버러지들과 절충을 한다는 것은 야합이고 불의"라고 맞섰다. 혁명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한 그의 정치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이들의 논쟁은 6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상황에도 유효했기에 시청자들에게도 민감하게 다가왔다. 특히, 서로의 정치색이나 이념을 두고 인터넷에서도 대립하는 현 상황에서 양보하고 절충하는 것이 정치인지,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위해 사회적인 혼란도 감수하는 것이 맞는지는 고려 말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는 논쟁거리였다.
앞서 '정도전'은 이인임(박영규)을 내세워 고려 말의 음험하고 답답한 정치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마음 놓고 정도전의 역성혁명을 응원할 수 있었고, 이성계와 정도전이 정치적 파트너가 된 것에 환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인임이 사라진 자리에 정도전이 들어서고, 망해가는 고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몽주가 전면에 나서자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 부분이 바로 드라마 제목이 '정도전'이라고 해서 정도전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다음 달이면 각 지자체의 수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이에 타 방송사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선거 형식의 특집을 준비해 시청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어쩌면 '정도전'도 시청자들에게 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절충하는 정치의 정몽주와 부수고 다시 세우길 꿈꾸는 정도전 중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며 시청자들에게 머리 아픈 화두를 던진 것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