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정성룡 “내 경험, 아낌없이 후배들과 공유할 것”

입력 2014-05-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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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수원)이 1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의 합동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표팀 골키퍼 3인 중 맏형인 그는 주전 경쟁 속에서도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할 생각이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5. 골키퍼 정성룡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59경기·54실점
최근 부진한 사이 후배 김승규 등 성장
주전 경쟁으로 인한 ‘시너지효과’ 기대

“주전 골키퍼는 경기 전날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당시 축구대표팀 김현태 골키퍼코치(53·현 FC서울 스카우트팀장)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이운재(41·현 아시안게임대표팀 코치)는 경험과 수비라인 리드 능력, 정성룡(29·수원 삼성)은 패기와 순발력이 뛰어났다. 띠 동갑 라이벌은 각자의 장점이 뚜렷했다.


●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주역…‘포스트 이운재’의 기수

결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샛별’의 손을 들었다. 김현태 코치는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 이운재를 위로했지만, 이운재는 “(정)성룡이는 누구보다 잘 해낼 것”이라며 도리어 후배를 따뜻하게 격려했다. 정성룡은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실점 선방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우루과이와의 16강전까지 4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포스트 이운재’의 시대를 열어젖힐 새로운 대표팀 수문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후 4년간 정성룡은 대한민국의 첫 번째 골키퍼였다. 무엇보다 골키퍼의 제1덕목으로 꼽히는 안정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슈퍼세이브를 자주하는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이없는 실수가 적은 든든한 존재였다. 자연스레 A매치 총 59경기(54실점)에 출전할 정도로 경험이 쌓였다. 2012런던올림픽 때는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해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큰 부상만 없다면 2014브라질월드컵의 주전 골키퍼도 그의 차지인 것처럼 보였다.


● 연이은 실수…국가대표 주전 자리 위협한 슬럼프

그러나 지난해 급작스러운 슬럼프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장점인 안정감이 퇴색됐다는 것이 문제였다. 11월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포항전에선 평범한 볼 처리를 실수해 자책골에 가까운 실점을 했다. 이 장면은 ‘정성룡 덩크슛’이라는 오명과 함께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같은 달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도 실책성 플레이로 골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위축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잘 해야 한다.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이 압박감을 불러왔고, 결국 몸을 굳게 만들었다는 분석이었다. 대표팀 내에서 경쟁구도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성룡이 부진을 겪는 동안 김승규(24·울산 현대)라는 새 얼굴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김승규는 동물적 반사신경과 빠른 상황판단을 무기로 2013년 8월 A매치 데뷔전(페루전)을 치렀다. 이후 출전 기회를 늘리며 ‘홍명보호’에서 자신의 비중을 높였다. 올 1월 코스타리카, 멕시코전에서도 김승규가 연이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승부차기에 강한 이범영(25·부산 아이파크) 역시 브라질월드컵대표팀에 승선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 부활 실마리 잡은 GK 맏형…“경쟁이 시너지효과 낼 것”

정성룡은 1월 브라질-미국전지훈련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만들었다. 예전의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는 평이다. 제 컨디션만 회복한다면, 가장 강력한 주전 후보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도 정성룡은 ‘문지기 맏형’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있다.

그는 “나 역시 2010남아공월드컵을 치르면서 이운재 선배께 많은 것을 배웠다. 골키퍼, 수비진과 함께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숙소에선 골키퍼 셋이서 나란히 방을 쓰면서 친하게 지내지만, 그라운드에선 경쟁관계다. 이 경쟁이 서로를 발전시키고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룡(수원 삼성)은?

▲생년월일=1985년 1월 4일
▲키·몸무게=190cm·86kg
▲출신교=서귀포중∼서귀포고
▲프로 경력=포항(2003년1월∼2008년 2월), 성남(2008년 2월∼2011년 1월), 수원(2011년 1월∼)
▲A매치 데뷔=2008년 1월 30일 칠레전(평가전)
▲A매치 통산 성적=59경기·54실점
▲월드컵 경험=1회
▲주요 경력=2010남아공월드컵 16강,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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