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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것에 머무르지 않은지는 꽤 됐다. 이런 눈부신 변화는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김태호 PD와 더불어 나영석 PD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
언제나 같은 선상에서 비교를 당하는 두사람이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김태호 PD가 독특한 발상을 다시 참신한 영상과 자막으로 풀어낸다면 나영석 PD는 시청자들과 가까운 지점에 놓여있는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PD를 꿈꾸거나 혹은 그의 창의력이 탐나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영석 PD는 '꽃할배' 뒷이야기나 섭외 비화 등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교 시절 뭘 해야할지 몰라 혼란 겪어
나영석 PD는 과거의 자신을 "공부도 그럭저럭,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별로 없는 아이였다. 또, 반마다 한명씩 존재하는 중심보다는 구석을 더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표현했다.
"지금 제 직업이 PD인데 전 신문방송학과가 아니라 행정학과를 나왔어요. 왜 그랬을까요? 특별한 이유도 없어요. 그냥 점수 맞춰서 대학에 간거죠."
이어 그는 "어느날 공부를 하는데 글도 눈에 안 들어오고 너무 하기가 싫었다"며 "그때서야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학교를 그만 둬야 하는건지 과를 옮길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니 과를 옮기면 어디로 옮겨야 되나도 몰랐다. 소위 말하는 멘탈붕괴가 그때가 되서야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나를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건 정말 다른 거니까요. 세상을 좀 더 알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전 대리경험을 위해 무협지, 만화, 철학 서적 등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어요."
나영석 PD은 이 때의 독서에 대해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철학서적도 많이 읽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던 반면 권선징악 등의 요소가 담긴 이야기들은 참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나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사람이 자기를 알려면 평소 자신의 성향이라면 전혀 하지 않을 행동에 뛰어들면 돼요. 그러면 그 때 내가 보여주는 반응으로 자신을 알 수 있죠. 이때의 활동으로 '난 배우가 되면 안되겠다'는 걸 알았고 '작가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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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감독→예능PD, LTE만큼 빠른 꿈의 변화
나영석 PD는 작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품은 후 MBC 인기 시트콤 '세친구' 막내 작가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 그는 "대본을 쓰고 나니 나는 정말 빵빵 터졌다. 이건 보내면 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떨어졌죠. 제가 처음으로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실패한 거잖아요. 다른 사람 같으면 술도 마시고 괴로워 하고 또 도전했을텐데 전 그걸 안했어요. 그냥 '어? 내 길이 아닌가 보다'하고 다른 길을 찾았죠."
이후 그는 지인으로부터 영화 촬영현장의 조연출 자리를 제안 받았다. 나영석 PD는 그 때 당시에 대해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운명의 순간을 만나 인생이 확 바뀌지 않나. 나는 그 때가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회상했다.
"제가 조연출로 들어갔던 영화는 세상에 나올 일이 없었어요. 촬영을 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청소도 하고 꼬박고박 사무실에 나갔는데 어느날 문이 잠겨있고 의자만 덩그러나 놓여 있더라고요. 뭔가가 잘못된 거였죠."
이때 영화감독을 향한 행보가 실패한 순간에도 나영석 PD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의 뼈아픈 실패를 겪고 나서야 PD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PD 시험 과목이 상식, 역사, 수학 이런 거였어요.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PD가 되는데 왜 이런 걸 공부해야 하는지. 그래서 전 제 나름대로의 공부를 시작했어요. TV를 보면서 '저 프로그램은 이게 부족해', '내가 연출을 하면 이렇게 바꿔야지' 이런 생각들을 적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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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예능 PD
나영석 PD는 이날 PD 시험에 합격한 후를 "시험에 붙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오히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PD가 되면 바로 기획서를 쓰고 연출을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선배들은 '연예인들과 친하기 지내' '술자리도 자주 가져야 된다'고 말해줬어요. 내가 생각한 PD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여러분들도 어떤 직업을 가질 때는 겉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있는 것도 천천히 살펴봐야 해요."
그렇게 그는 입사 2년 동안 또 한번의 멘탈붕괴(?)를 겪었다. 그러던 찰나에 만난 사람이 바로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였다.
"이 두 사람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PD는 기획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죠. 그 때 의기투합을 해서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일을 하자. 그리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면 그걸로 된다'는데 동의하고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1박 2일'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였다. 결국 참신한 기획안이 만들어 낸 콘텐츠가 빛을 본 것이다.
"'꽃보다 할배'나 '1박 2일'을 제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거죠.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중요해요. 내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사람, 나를 고양시켜 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에요."
사진제공|CJ E&M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