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원삼-LG 류제국(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방어율보단 승리 중요” 부진도 털어내는 명료한 처방전
“투수는 방어율보다 승수를 챙겨야 한다.”
양상문 LG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손에 꼽히는 ‘투수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투수의 잣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두 항목 중에서 승수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했다. 승전이 투수의 심리와 좀 더 밀접하게 직결되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삼성의 좌완투수 장원삼(31)과 LG의 우완투수 류제국(31)을 비교했다. 올 시즌 두 선발투수의 기록은 뚜렷하게 나뉜다. 장원삼은 10경기에 선발등판해 57이닝 동안 26실점(25자책)으로 7승2패, 방어율 3.95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 시즌 초반 시속 130km 중후반에 머물던 직구 구속이 최근 140km 초반을 꾸준히 형성하면서 변화구의 위력을 더했다. 반면 류제국의 성적은 암울하다. 55.2이닝을 던져 40실점(33자책)하며 단 1승(3패)에 그쳤다. 방어율은 5.34를 기록하고 있다.
양 감독은 류제국의 부진을 감싸 안았다. 그는 “29일 잠실 삼성전에서 잘 던졌지만 최형우에게 체인지업이 실투로 들어가면서 홈런을 맞았다”고 했다. 류제국은 이날 선발등판했으나 1-2로 뒤진 5회 무사 1루에서 최형우게 2점홈런을 내주며 5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양 감독은 “선발투수는 승수가 적으면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에 운이 따르지 않아 더욱 그랬을 것이다”고 위로했다. 류제국은 타선과 야수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실점과 자책점이 무려 7점이나 차이난다. 이 때문에 23일 문학 SK전에서 뒤늦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장원삼의 ‘홀짝 징크스’도 같은 의미에서 바라봤다. 장원삼은 2006년 데뷔 첫 해에 12승을 올렸고, 2008년 같은 승수를 얻었다. 2010년에는 13승, 2012년 17승을 올리며 다승왕을 차지했다. 반면 홀수 해는 달랐다. 2007·2009·2011년 모두 한 자리 승수에 그쳤다. 작년에 13승했지만 방어율이 4.38로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양 감독은 “(장)원삼이 같은 경우에도 같은 공을 던지는데 짝수 해는 성적이 좋았다. 경기가 원활하게 풀린 반면 홀수 해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진한 선수도 승수를 쌓으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법이다”고 말했다.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기를 넘어서야한다. 선발투수 혼자 잘 한다고 승리투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타선과 수비, 후속투수의 도움 등 동료들의 지원도 필요하다. 방어율과는 달리 승리는 팀의 모든 역량이 어우러져야 얻게 된다. 그래서 투수는 승리투수가 되면 그만큼 자신감을 찾는다. 동료와의 신뢰도도 더욱 상승한다. 결국 투수의 심리 처방에는 승리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