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지연 “뮤지컬 ‘캣츠’ 보고 배우 꿈꿨죠”

입력 2014-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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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선택되고 또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그런 경우를 따진다면 임지연(24)은 운이 정말 좋은 배우다. 첫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 상대배우는 대한민국 톱배우인 송승헌이고, 충무로의 재치 이야기꾼 김대우 감독의 작품에 참여했다. 웬만한 운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거친 남성들의 이야기와 외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가운데 오묘한 매력의 임지연의 등장은 신선했다. 마치 잿더미 속 피어있는 순수한 장미와도 같았다. 그렇게 임지연은 묘한 매력으로 천천히 관객들에게 스며들었다. 섬세하지만 강렬한 등장이었다.

“제가 뽑혔을 때 믿기지 않았죠. 어리둥절했어요. 김대우 감독님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셨어요. 오디션 때는 연기력이나 실력보다는 임지연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셨어요. 의아했죠. 연기력 같은 것은 크게 보지 않았던 것 같았어요. 저도 평소에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거든요. 감독님 작품의 여배우들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도 많이 했습니다.”

‘인간중독’에서 임지연은 자신의 남편(온주완)의 상사인 김진평(송승헌)과 첫 눈에 반하며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종가흔으로 분했다. 종가흔은 신비감으로 싸여있는 인물이다. 아픈 아버지와 어린 가흔을 버린 어머니, 죽어가는 아버지를 내버려둔 채 냉정하게 산을 내려온 종가흔, 아무런 애정 없이 만난 남편 등 영화를 보면서 그의 과거는 밝혀지지만 좀처럼 신비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임지연 역시 신비감에 싸인 종가흔을 이해하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연극을 하면서 캐릭터 분석을 했어요. 종가흔을 이해하려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김진평(송승헌)을 관사에서 처음 만난 순간이나, 그를 보며 느낀 감정들을 종가흔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썼죠. 캐릭터를 분석할 때 일기를 쓰며 보는 게 재밌기도 하고 이해하는 데 쉬워요. 학교 다니며 제가 익힌 방식이에요.”

일기를 쓰며 종가흔 캐릭터를 분석했지만 어려웠던 장면은 있었다. 새장에서 김진평과의 첫 만남을 찍을 땐 어떤 분위기를 풍겨야 할지, 눈동자는 어떻게 굴려야 할지 등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갑갑하기도 했다.

“김 감독님께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었어요. 또 표정이나 눈동자 움직임도 신경 써야 했어요. 처음 새장에서 김진평 대위를 만났을 때 가흔이가 진평을 어떻게 쳐다봐야 할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그때 감독님께서 진평의 시신경까지 쳐다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만큼 눈동자를 깊이 보라는 뜻이었어요. 재밌었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종가흔의 심심치 않은 ‘밀당’(밀고 당기기)도 볼 수 있다. 느닷없이 “손을 잡고 싶었다”, “내가 케이크 먹고 싶은 지 어떻게 알았냐”며 김진평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 아는 여우의 기질도 보인다고 하자 임지연은 웃으며 “김진평이라는 남자가 어떤 여자에게 빠지게 될까 고민은 했지만 가흔이도 사랑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 김진평을 유혹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정사 질문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대우 감독은 베개에 이름을 붙이며 몸소 시범을 보였다. 임지연이 민망하지 않게 야한 농담도 했다.

“옷을 벗는 것에 부담을 떨치고 시작했어요.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니 무섭고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김대우 감독님이 베개를 부여잡고 다 보여주시고 스태프들도 집중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셔서 송승헌 선배와 감정 연기를 잘 할 수 있었어요. 노출보다 감정 연기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하지만 여배우에게 ‘노출’이란 평생의 꼬리표로 남을 수 있다. 많은 여배우들이 수많은 명분을 갖고 당당히 노출 연기를 시도하지만 꼬리표를 벗어던지기란 쉽지 않은 일. 임지연은 “아직 거기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잘 견뎌내서 다음 작품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소신을 밝혔다.

임지연이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어렸을 때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간 뮤지컬 ‘캣츠’ 공연을 보고나서다. 요염한 고양이의 몸짓과 행동을 보고 반한 그는 처음으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비록 부모님의 반대로 일반 인문계로 진학했지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부모님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한예종 커리큘럼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요. 제 성격이 좀 자유로워서 처음엔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못 하기도 했고요. 2학년 때부터 자신의 실력을 점점 알게 돼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장면을 준비하다보면 실력을 알게 되고 좌절도 하죠. 가끔은 연기를 그만둘지 생각도 하게 돼요. 그만큼 보람도 느끼고 실력도 뼈저리게 느끼는 수업이 많아요. 덕분에 좋은 배우가 되는 발돋움을 하는 것 같아요.”

최근 김고은, 박지수, 한예리 등 한예종 여배우들의 활약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임지연 역시 “대한민국의 꼭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요즘 한예종 친구들의 활약을 보면 뿌듯해요. 멋있는 것 같아요. 저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해내고 싶어요. 내적으로 단단한 배우고 되는 게 목표예요. 단단해져 오랫동안 성실하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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