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감독. 사진제공|CJ E&M
“스눕독을 통해 한국의 음주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더라. 단, 저속하지 않게!”
싸이가 9일 공개한 ‘행오버’ 뮤직비디오에 특유의 B급 감성으로 한국의 음주문화를 담아내 눈길을 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이효리의 ‘유 고 걸’ 등을 만든 차은택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싸이가 차 감독에게 “다시 함께하자”며 연락해왔고 두 사람은 이후 두 달 동안 콘셉트 회의를 진행했다. 차 감독은 2003년 ‘연예인’으로 싸이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다섯 편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작업했다.
차 감독에 따르면 싸이는 스눕독을 통해 한국의 음주문화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절대 저속하게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도 건넸다. 술자리 즉석만남, 노래방 음주가무 등 술 한 잔 먹고 즐기는 문화를 “싸이답게”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숙취’를 뜻하는 제목답게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과음 후 변기를 끌어안고 구토하는 장면에서부터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숙취 해소 음료를 먹고 마시거나 사우나에서 몸을 푸는 모습, 도미노를 연상시키는 폭탄주 ‘제조법’, 술자리 옆 테이블 여자들과 합석, 노래방 여흥 장면 등이 담겨 있다.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은 민망할 정도로 코믹적인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표현 수위 역시 싸이 스스로 많이 절제했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세계적 성공. 각각의 뮤직비디오는 그 인기의 밑바탕이 됐다. 차은택 감독은 그래서 새 뮤직비디오에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싸이는 부담 갖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수 있나. ‘이번엔 음악 스타일도 달라진 만큼 뮤직비디오도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보자’고 해 더 긴장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 술 한 잔 하고 싶더라.”
싸이가 올해 여름 발표할 새 앨범 타이틀곡 ‘대디’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될까.
“싸이가 ‘다음에 또 작업하자’고 말했지만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또 함께하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