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의 ‘하이힐’…과감한 도전 빛났다

입력 2014-06-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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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힐’의 차승원. 사진제공|장차앤코

영화 ‘하이힐’의 차승원. 사진제공|장차앤코

여자가 되고싶은 강력계 형사역
성적 정체성 갈등하는 연기 호평
개봉 2주차 예매율 다시 상승세


흥행 기록이 실력을 판가름하는 전부일 수는 없다.

배우 차승원이 4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하이힐’(감독 장진)이 개봉 첫 주 기대를 밑도는 성적에 그쳤다. 4일 개봉한 영화가 9일까지 모은 관객은 약 25만명. 톱스타가 출연하고 인지도 높은 감독이 연출한 상업영화치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그 ‘숫자’만으로 차승원을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많다.

차승원은 ‘하이힐’을 통해 국내 영화에선 흔하지 않은 성적 소수자 역할을 맡고 새롭고도 인상적인 도전에 나섰다. 영화는 누구보다 실력 있는 강력계 형사가 사실은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란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 과정에서 차승원은 사랑과 삶 그리고 사회적 시선으로 나뉜 여러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펼쳐냈다.

그동안 성적 소수자를 그린 한국영화는 대부분 저예산으로 제작되거나 무명 혹은 신인의 연기자들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그와 비교하면 차승원의 과감한 도전은 의미를 더한다. 특히 영화에서 그는 단지 ‘설정’에만 그치지 않고 여자가 되고픈 마음을 외모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표현해낸다. 덕분에 관객의 공감까지 높였다.

실제로 차승원은 “참 어렵고 힘들었다”고 ‘하이힐’의 촬영 과정을 돌이켰다. 영화에서 펼친 세련된 액션 연기는 그동안 드물지 않게 선보여 왔지만 성적인 정체성으로 인해 격한 갈등에 휩싸이는 인물을 연기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개봉 전 그는 “앞선 여러 장르에서 보여준 나의 모습이 희석되고 다시 정제된 새로운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차승원의 이런 각오와 분투에도 ‘하이힐’이 개봉 초반 폭넓은 관객 동원에 실패한 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흥행 순항 중인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와 벌인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배급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장진 감독은 이에 대해 “배급 여건, 영화 소재에 대한 선입견”을 지적하며 “낮아지는 기분”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9일부터 ‘하이힐’의 예매율은 다시 오르고 있다. 9일 오후 6시 현재 ‘우는 남자’와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등을 제치고 종합 4위까지 올랐다. 차승원의 도전이 관객에게 평가받을 기회는 여전히 남았다는 의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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