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난타전…시즌 최장시간 기록
팬들, 애간장 타는 경기에 분노보다는 격려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은 KIA, 한화 팬이나 시청자들은 4시간53분 동안 희로애락을 압축해서 느꼈다. 이날 한화-KIA 경기는 16-15의 난타전. 이번 시즌 9이닝 최장시간 경기였다. 초반 한화의 대량실점으로 맥없이 끝날 줄 알았지만 상상 못할 반전과 또 반전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요즘 KIA 경기는 심하게 표현하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보는 4D공포영화 같다. 불안한 불펜 탓에 경기 막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5일 삼성과의 원정 때도 팬과 시청자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날 연장 11회 13-12 스코어를 만들며 이번 시즌 최장시간 경기(5시간13분)를 연출하더니 10일 김응룡 감독과 선동열 감독이 벌인 사제간의 피도 눈물도 없는 혈투는 더욱 극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그러나 10일 경기의 주인공은 두 팀 감독도 결승타를 친 한화 송광민도 아니었다. 11-9로 앞서가던 8회 3점을 내주며 역전당한 뒤 KIA가 15-12로 재역전하자 눈물을 흘리던 청년이었다. 너무나 기뻐했다. 순수했던 그 눈물은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요즘 KIA 야구를 향한 모든 이의 심정을 대변했다. 9회 초 다시 16-15로 경기가 뒤엎어졌지만 그 청년은 분노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다음을 기대했다.
20세기 팬들이 10일 같은 상황을 맞았다면 어땠을까. 응원하던 팀이 지면 화를 내고 간혹 난동도 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1세기의 팬은 그런 선수들을 격려하고 고마워한다. 세상이 이런 팬은 없다. KIA와 한화 선수들은 정말 복 받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