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두산 이용찬-삼성 임창용(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벌써 72개 블론세이브…올 시즌 153개 전망
마무리투수 최고 방어율 김승회, 2점대 유일
타고투저에 세이브왕도 휘청·유망주도 부재
9회가 불타오른다. 승리를 마무리하러 나간 소방수는 연일 불을 지른다. 지난해 세이브 1∼2위를 차지한 손승락(32·넥센)도, 봉중근(34·LG)도 무너졌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특급 마무리로 활약했던 임창용(38·삼성)도 최근 연이어 쓰러지고 있다. 2009년 세이브왕 출신으로 다시 뒷문 단속에 나선 젊은 마무리의 선두주자 이용찬(25·두산)은 세이브 성공률이 69.2%(13세이브 기회 중 4BS)에 그치고 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이처럼 실감나는 해도 없다.
● 연일 계속되는 소방수들의 불쇼
블론세이브(blown save·BS)는 지난 시즌 전체 126개였지만, 올해는 19일까지 벌써 72개다. 프로야구는 272경기를 치러 전체 일정(576경기)의 47.2%를 소화한 시점. 산술적으로 올 시즌 BS는 153개에 이를 전망이다.
팀별로 보면 가장 안정적인 불펜을 보유했던 삼성의 부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총 BS가 7개였지만 올해는 벌써 9개다. 임창용은 5개로 BS 부문 1위다. 안지만이 3개, 차우찬이 1개를 보탰다. 오승환(지난해 2블론세이브)의 공백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LG는 10BS를 기록해 지난해(11BS)와 맞먹는다. 다만 지난해 가장 많은 21차례 BS를 기록한 롯데가 올해는 5개로 가장 적은 팀으로 변모한 점이 눈에 띈다. 개인으로 봐도 각 팀 소방수들이 지난해 전체 BS와 맞먹는다. 손승락은 지난해 BS가 총 5개였지만 올해 벌써 4개를 기록 중이고, 지난해 각각 4차례와 3차례 BS를 기록했던 박희수(SK)와 봉중근도 올 시즌 벌써 3차례씩 세이브를 날렸다. 방어율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표 참고). 롯데 김승회의 2점대 중반 방어율이 9개구단 소방수 중 가장 좋다는 점에서 올 시즌 마무리투수들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 소방수 실종 시대 오나?
프로야구 마무리투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타고투저’ 현상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NC 김경문 감독은 ‘타고투저’에 대해 동의를 하면서도 “각 팀 마무리투수들이 다 부진할 만한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김 감독은 “임창용은 수술과 재활을 거쳤고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됐다. 봉중근은 지난해 팀이 오랜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많이 던져 힘을 소모했고, 작년 세이브왕에 오른 손승락 역시 많이 등판해 피로한 상황이다. 이용찬도 팀 사정상 마무리를 맡고 있는데 수술을 하고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선발로 나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강팀의 마무리투수들이 이럴진대 다른 팀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마무리투수들의 집단 난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부 팀을 제외하고는 특급 마무리 후보로 성장할 만한 젊은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각 팀 소방수들은 대부분 베테랑들이다. 세대교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이 내리막길로 접어든다면 한국프로야구는 ‘마무리투수 실종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지금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