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드라마 리메이크, 흥행·실패 요인은?

입력 2014-07-17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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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사진제공|MBC

“성공의 키? 원작에 한국적 정서 녹여내는 것”

‘하얀거탑’ ‘꽃보다 남자’ ‘직장의 신’ 등
흥행성공은 한국적 각색과 사회 분위기
해외판권만 노리고 공감대 없으면 참패


‘하얀거탑’, ‘꽃보다 남자’, ‘수상한 가정부’, ‘여왕의 교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해외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은 국내 방송사의 대표적인 리메이크작이다. 2003년 김희선·고수 주연의 ‘요조숙녀’를 시작으로 시청자는 리메이크 드라마를 심심찮게 보아왔다. 특히 2007년 ‘하얀거탑’의 성공은 방송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리메이크작을 제작·방송하는 계기가 됐다.

‘요조숙녀’ 이후 리메이크작은 7월 현재까지 16편. 지난해에는 ‘직장의 신’을 비롯해 네 편이 방송된 데 이어 올해에는 세 편의 리메이크 드라마가 방송됐거나 편성을 확정했다. 결국 리메이크 드라마가 시청자뿐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 및 방송사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아이템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는 한 손에 꼽을 정도. 그럼에도 매년 많게는 서너편씩 리메이크작이 꾸준히 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사진제공|KBS



● 실패와 성공의 롤러코스터?

‘요조숙녀’는 2000년 일본 후지TV가 방송해 역대 시청률 5위를 차지한 ‘야마토 나데시코’를 원작으로 삼았다. 하지만 ‘요조숙녀’는 동시간대 드라마가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던 당시 평균 15%의 시청률에 그쳤다. 제작진은 요란하고 속물적인 여주인공 캐릭터와 김희선의 톡톡 튀는 매력이 잘 어울릴 거라 판단했지만 오히려 시청자의 반감만 샀다.

2006년에는 박선영과 이문식을 주연으로 내세운 일본의 동명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가 국내에서는 두 번째 리메이크 드라마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결과는 참패였다. 심지어 조기종영의 아픔까지 맛봤다. 경쟁작 ‘주몽’의 큰 인기 탓이기도 했지만 ‘노총각의 사랑 만들기’라는 뼈대가 주 시청층인 여성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두 작품의 잇단 실패에 리메이크작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듯했지만, 2007년 ‘하얀거탑’과 ‘꽃보다 남자’의 성공은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일본의 동명 드라마 ‘하얀거탑’은 김명민의 카리스마와 종합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권력투쟁, 원작에도 없는 반전의 스토리 등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일본과 대만에서 연거푸 리메이크된 바 있어 기대감을 반감시킬 것 같았던 ‘꽃보다 남자’는 이민호라는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후 10여편의 리메이크작이 잇따라 제작된 가운데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마녀의 연애’와 현재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10월 방송을 앞둔 ‘칸다빌레 로망스’까지 다양한 소재의 해외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쉴 틈 없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역수출’ 효과를 노리는 리메이크작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흥행에 성공한 원작의 유명세에 이를 리메이크한 작품에 출연한 한류스타의 이름값이 높은 해외판권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tvN ‘마녀의 연애’. 사진제공|tvN



●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

문제는 리메이크 드라마로서 시청자의 인기를 얻은 작품은 5∼6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 드라마의 흥행 요인을 들여다보는 것은 향후 리메이크작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하얀거탑’과 ‘꽃보다 남자’, ‘직장의 신’ 등을 그 사례로 가리키며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잘 각색한 점”과 “당대 우리 사회의 분위기나 세태 나아가 사회적 이슈를 적절하게 녹여낸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직장의 신’의 경우 비정규직의 아픔을 코믹터치로 그려내면서 동시대 사회상을 적극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왜, 지금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지 그 시의성과 목적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리메이크작의 성공은 시청자와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인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SBS 김영섭 드라마국장은 “기본적으로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이미 검증된 성과에 기댈 수 있어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적 정서를 더욱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KBS미디어 정성효 본부장은 “성공의 키는 원작의 힘을 바탕으로 하되 국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얼마나 잘 엮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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