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적’ 김남길, 진지한 얼굴 속에 감춰진 허당 매력

입력 2014-07-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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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보통 배우들은 매무새를 다듬거나 조용히 인터뷰를 준비한다. 그런데 배우 김남길(33)은 달랐다. 스태프들과 농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다른 인터뷰을 위해 준비하는 손예진을 보고 손을 흔들며 “아이고,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하며 너스레를 떤다. 연기가 웃겼다는 말에 “야호!”를 외친다. 발랄하고 유쾌하다. 이런 배우, 정말 처음 본다.

이런 그의 유머러스함은 스크린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그는 ‘해적’(감독 이석훈)에서 산적 장사정 역을 맡았다. 장사정은 고려 무사 출신으로 조선 건국세력을 피해 산으로 숨어 들어간다. 초반부 고려 말에는 진지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조선 건국 이후에는 장난기 많고 유쾌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특히 산으로 간 해적 철봉(유해진), 스님(박철민), 산만이(조달환), 춘섭(김원해) 등 산적단들과 함께하는 김남길의 코믹 연기는 더 빛난다. 그는 ‘송악산 미친 호랑이’라 불리지만 보기 좋은 허울일 뿐이다. 아는 척 하다 호되게 당하고 “괜찮다, 괜찮아”하며 매번 도적질은 실패로 끝난다. 산적들에게 구박만 받고 우연치 않게 만난 여자 해적 여월(손예진)에게 번번이 무시당한다. 그래도 센 척하는 허세에 관객들은 그만 웃고 만다.

“웃기는 게 어렵더라고요. 코미디가 정극보다 연기하기 어렵다는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해적’ 덕분에 제대로 깨달았어요. 코미디도 액션이나 멜로 같은 장르 중 하나잖아요. 진정성 있게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웃기는 장르라고 자칫 가볍게 여겼다간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죠. 그래서 보는 분들이 막 웃으면 기분이 더 좋아요. 사실 저는 ‘짐 캐리’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연기가 더 편해지면 정통 코미디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김남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대중들에게 낯설 수 있다. 그동안 드라마 ‘나쁜 남자’, ‘상어’를 통해 보여줬던 어둡고 날카로운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낯설다는 반응에 더 놀란 눈치였다. 김남길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코믹 연기에 놀라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솔직히 누아르 같은 어두운 장르를 좋아해요. 게다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배우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량차오웨이(梁朝偉), 장첸(張震) 등을 롤모델로 삼았어요. 그러다보니 그런 계열의 작품이 많이 들어온 것 같네요. 하지만 실제 성격은 사람 좋아하고 장난치는 거 좋아해요. ‘개그콘서트’나 애니메이션 보고 따라하고…. 주변사람들이 ‘많이 모자라 보인다’고들 해요. 제 웃긴 연기에 신선하다고 하시니 내심 놀랐지만 좋게 봐주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캐릭터는 웃음을 주지만 액션 만큼은 대역 없이 멋지게 소화했다. 극 초반 모흥갑(김태우)과 칼날을 겨누며 혈투를 벌인다. 잠깐이지만 장사정의 뛰어난 무술실력과 두둑한 배짱을 가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액션이라는 장르도 욕심이 나죠.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무사와 산적의 모습에서 차별성을 두려고 했어요. 전장에선 우직한 액션을 했다면 산적으로는 창도 쓰고 발차기도 하는 자유로운 액션을 하면서 캐릭터 차이를 두려고 했어요. ‘선덕여왕’ 때 만났던 무술감독님과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사실 좀 멋진 액션을 하고 싶었어요. 한 번 칼을 돌리고 던진다거나 뭐 그런 것들요. 근데 이석훈 감독님이 딱 자르시더라고요. 격한 감정으로 그냥 던지라고요. 하하.”


손예진과의 호흡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상어’와 연달아 ‘해적’을 함께 하게 된 김남길과 손예진은 본의 아니게 핑크빛 열애설도 겪었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민감하게 넘어갔을 사안을 이들은 쿨하게 넘겼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예진은 김남길에게 ‘거봐, 장난 심하면 그런 기사 난다니까’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김남길은 “(손)예진이가 성격이 좋아서 장난을 잘 받아준다. 그러다보니 서로 편해지고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다른 선후배들이 우리 눈치를 보더라고요. 혹여 사귀었다 헤어진 건 아닌지 걱정됐나봐요. 이경영 선배가 ‘야, 너희 뭐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묻기 전까진 다들 촬영장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전전긍긍 했나보더라고요.”

관객들에게 다분한 허당기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김남길은 전도연과 함께 영화 ‘무뢰한’을 촬영 중이다. 강력계 형사와 조직폭력배에 몸담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무뢰한’에서 다시 한 번 진중한 모습을 보인다. 당분간 연애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연기가 재미있어서 연애에 흥미가 안 생긴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꺼내놓다가 “솔직히 지금은 여자친구에게 잘 해줄 여력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교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할 나이가 되긴 한 것 같다”고 진솔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당분간 일만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무뢰한’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찾아다닐 것 같아요. 제가 확실히 ‘무뢰한’ 같은 어둡고 누와르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 그런데 ‘해적’ 찍고 나서는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제가 하기에 좀 불편하고 어려운 것은 안 했지만 연기가 편해지고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작품 욕심도 많아졌어요. 좋은 건 오디션을 봐서라도 꼭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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