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시즌3’, “빨리 폐지 하라”던 시청자 마음 어떻게 녹였나

입력 2014-08-04 0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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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 출범 당시 박태호 예능국장은 멤버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장황한 연설을 시작했다. '1박 2일'이 KBS 예능에서 지닌 위상과 상징성을 설파하며 멤버들이 혼신을 다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훈화였다.

이처럼 '1박 2일 시즌3'는 많은 시청자들과 예능 관계자들의 의심과 기대를 동시에 받으며 시작을 끊었다. 그리고 시즌1이 하락세를 그린 이래 이들에게 주어진 삼세번의 마지막 기회는 '1박 2일' 시리즈를 외면하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그러나 승승장구 중인 시즌3를 살펴보면 그동안의 '1박 2일'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시즌1 때부터 이어온 야외취침-저녁 복불복 등의 아이템들을 시즌2 때보다 더욱 굳건히 지켜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1박 2일 시즌3'에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일까.


●비결 1.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1박 2일' 시리즈는 여행을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이지만 결국 멤버들의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종종 일반인들을 초대하거나 모닝엔젤 등과 같은 연예인 게스트를 부르지만 그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멤버들끼리 정말 재미있게 놀아야 분량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멤버 각자가 뚜렷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여행이 거듭날수록 각 멤버의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은 이들의 행동을 예측하기도 하고 여기에 맞게 서로 협동 혹은 배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흥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박 2일 시즌3'는 이런 캐릭터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억지로 멤버들에게 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시즌2에서는 야외취침 당첨 신기록을 세운 불운의 아이콘 차태현이나 시즌 2 내내 위축되어 있었던 김종민이 시즌3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행이 계속 되고 게임이 이어질수록 새롭게 발견되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들이 각자 지닌 캐릭터의 자산이 돼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게 했다.



●비결 2. 1인자가 없다

과거 '무한도전'과 '1박 2일'은 끊임없이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다. 각각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1인자를 둔 프로그램이었고 남자 예능인들이 서로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웃음을 준다는 점도 비슷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의 '1박 2일 시즌3'에는 1인자가 없다. 굳이 우두머리를 정하자면 모든 게임과 상황에 관여하는 유호진 PD 정도다. 그런 그조차 최근 방송에서 연기자들의 반란에 크게 당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이 프로그램이 완벽한 수평적인 형태로 정착됐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유호진 PD는 과거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1인자가 되고 싶어하거나 욕심을 내는 멤버가 없다. 그래서 여행에서 멤버 누구나 다 한번씩 주목을 받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1인자 없이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나누는 이상적인 조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결 3. 뛰어난 웃음 생산 능력, 누가 웃길지 모른다

'1박 2일' 시리즈 중 시즌1과 시즌2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시청자를 웃길 것인가'였다. 시즌 1의 경우 강호동, 이수근 등 개그맨 라인은 물론 이승기, 은지원 등도 각자 웃음을 만들어 낼 능력을 지녔었다. 그러나 시즌2는 달랐다. 개그맨이자 예능인인 이수근이 MC인 동시에 분량까지 책임져야만 했다.

이런 이전 시즌의 패착 때문이었을까. '1박 2일 시즌3'는 어떤 상황, 어떤 도구로도 웃길 줄 아는 김준호를 영입하고도 각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데프콘을 기용했다. 그것마저도 부족했는지 4차원 매력으로 케이블, 지상패 채널은 물론 라디오까지 평정한 정준영도 끌어 들였다.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웃음을 책임질 인재들을 잔뜩 마련한 것이다.

이런 유호진 PD의 조합은 적절했다. 이 세 사람은 마음껏 자신의 재주를 뽐냈고 기존 멤버인 차태현과 김종민과도 적절한 관계를 만들어 냈다. 뿐만 아니라 시즌3 출범 당시 가장 낯설었던 배우 김주혁도 이들의 분위기에 동화돼 숨겨둔 예능감을 뽐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어느새 1박 2일 시즌3는 어느 하나 주눅들거나 병풍이 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조합을 자랑하고 잇다.

시즌3 출범 당시만 해도 이들은 "최후의 발악이 될 것"이라던 예상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시즌3는 당당히 일요 예능의 왕좌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이제 시즌3의 과제는 어쩌면 시청률을 올려놓거나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순히 쓰러져 가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남 부러울 것 없는 집안으로 발전시킨 KBS 예능의 기특한 장남으로 남을 것인가. '1박 2일 시즌3'는 이제 고비를 넘어 미래를 생각해야 할 입장에 서 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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