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한다”…조성민의 슈팅 본능

입력 2014-08-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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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슈터’ 조성민은 유재학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 속에 2014농구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의 주포라는 중책을 맡았다. 조성민이 지난달 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3점슛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유재학호의 보석’ 조성민의 자신감

이충희-문경은 계보 잇는 ‘조선의 슈터’
40분 올 코트 프레스 체력적 부담에도
“몸에 익은 밸런스대로” 한결같은 슈팅

스크린 서고 볼 내주는 동료들도 큰 힘

한국농구는 ‘슈터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충희, 김현준(작고), 문경은 등은 ‘던지면 한골’이었다. 상대 수비가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날카로운 슈팅이 그물을 갈랐다. 한국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허재도 마찬가지다. 상대 수비에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득점을 올렸다. 2000년대 들어 선수들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은 부쩍 좋아졌지만, ‘기술자’는 줄었다. 무빙 슛을 구사하는 선수조차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농구의 슈터 기근 속에서도 꾸준히 남자농구대표팀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는 조성민(31·kt)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 ‘대체불가’의 공격 옵션

대표팀에는 김주성(205cm·동부)을 비롯해 오세근(200cm·상무), 김종규(207cm·LG), 이종현(206cm·고려대) 등 4명의 2m대 빅맨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는 2m 이상의 신장에 괴물 같은 운동능력까지 갖춘 빅맨들이 수두룩하다. 토종 빅맨들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세계무대에서 한국농구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한 열쇠는 여전히 외곽에 있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재학(모비스) 감독은 “빅맨 중에선 세계무대에서 1대1 포스트업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공격은 속공과 슈터들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문태종(LG)과 함께 대표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의 가치는 지난달 29일과 31일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29일 1차전에서 16점을 올린 데 이어 31일 2차전에서도 3점슛 5개를 포함해 22점으로 폭발했다. 잠실학생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은 조성민의 이름을 연호했고, 농구팬들은 그에게 ‘조선의 슈터’라는 별명을 붙였다.


● 폭발적 슈팅의 비결은?

대표팀은 40분 내내 올 코트 프레스를 펼친다. 체력 소모가 크다. 이는 공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슛을 던지는 조성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슛 찬스를 노린다. 조성민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체력 소모가 많아 슛을 던질 때 호흡이 맞지 않거나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확한 슛을 던지는 비결은 꾸준한 연습이다. 그는 “오랫동안의 연습을 통해 터득한 나만의 밸런스가 있다. 체력이 떨어져도 몸이 기억하는 밸런스대로 던질 뿐”이라고 밝혔다.

유재학 감독과 동료들의 믿음도 큰 힘이다. 유 감독은 슈터 조성민, 문태종, 허일영(오리온스)을 위한 패턴을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엔드라인 공격 시 펼치는 ‘세븐업’이 대표팀의 대표적 슈터 패턴으로,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빅맨들의 스크린과 가드진의 질 좋은 패스가 필수다. 조성민은 “동료들이 슈터를 위해 스크린을 서고 볼을 내준다. 동료들의 희생과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슛을 던진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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