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연애의 기억’ 강예원, 상스러움까지 사랑스러운 이유

입력 2014-08-2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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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예원은 “지인들의 연애 상담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듣다보면 별의별 남자가 다 있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이해도가 빠르다.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상스럽지 않았나요?”

배우 강예원이 욕하는 여자로 돌아왔다. 맛깔스럽고 차진 욕설 연기가 꼭 배우 김수미를 떠오르게 한다.

“평소에는 욕을 안 해요. 그래서 주위 욕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따라했죠. 연기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지 많이 고민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에요. 이제 저만의 ‘욕 브랜드’가 생기는 건가요?”(웃음)

강예원은 영화 ‘내 연애의 기억’에서 화끈한 여자 은진을 연기했다. 극 중 은진은 연이은 연애 실패 끝에 현석(송새벽)을 만나 모처럼 행복한 연애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현석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고 갈등을 겪는다.

은진은 ‘내 연애의 기억’의 이야기 중심에 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반전의 키는 현석이 쥐고 있다. 남녀 주인공의 케미(화학적 작용)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 모두 놓칠 수 없는 핵심 포인트다. 그만큼 중요한 현석의 자리에 송새벽을 앉힌 건 다름 아닌 강예원이다.

“미팅을 하는 내내 다들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두고 걱정하는 거예요. 저예산 영화라 기존 배우들을 쓸 엄두가 안 나는 거죠. 현석은 복잡한 인물이기 때문에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맡아야 했어요.”

그 순간 강예원은 송새벽을 떠올렸다. 그는 “송새벽에게도 ‘사늘함’이 있다. 관객들이 그런 다양한 모습을 본다면 송새벽을 새롭게 느낄 것 같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캐스팅은 강예원의 추진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모두 송새벽이 예산 문제로 거절할 줄 알았다. 하지만 송새벽은 흔쾌히 강예원의 손을 잡았다.

“친구끼리 로맨스를 연기하려니 처음에는 민망했어요. 눈 마주치는 것조차도 어색했죠. 그런데 오히려 그 눈이 편해서 더 좋은 거 있죠? 시간이 지나니 점점 송새벽이 현석이로 보이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았어요.”

강예원과 송새벽의 찰떡호흡은 별도의 디렉션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강예원은 “감독님은 그저 지켜봐줬다. 그래서 편하게 촬영했다”며 “그건 감독이 배우를 ‘믿는다는 것’이다. 믿음이 느껴지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현장에서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후반부에 현석이 ‘은진아’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어요. 시나리오 상에서는 울부짖는 게 아니라 힘겨워하면서 부르는 거였어요. 외치는 걸로 찍었는데 순간 정말 저를 멈추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몸은 가는데 정신은 여기에 붙들린 거죠. 정말 짠한 느낌이었어요.”

강예원은 “작품을 쉴 때 무기력해 지더라.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그리다 보니 치유가 되고 마음이 건강해 지더라”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송새벽이 현석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했듯 강예원 또한 은진 그 자체가 되기도 했다. 강예원은 “현석의 비밀을 안 후 은진은 또 숨기는 게 있으면 지금 다 말하라고 묻는다. 그때 대사는 원래 없던 것”이라며 “내 감정대로 했는데 흥분하다보니까 대사가 나오더라. 은진에 빙의된 것 같았다. 실제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강예원에게 은진처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비밀을 안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는 친구 그리고 전 남자친구와 얽힌 사연을 꺼냈다.

“친구가 제 전 남자친구와 사귄다고 고백한 적이 있어요. 제가 기분 나쁠만한 일이죠. 하지만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거잖아요. 제가 그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죠. 숨길 수 있는데 굳이 말했다는 건 상대가 ‘용기’를 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말하는 그 친구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요. 그래서 ‘괜찮아, 울 일 아니야. 너랑 인연이 있나 보다’라고 토닥였죠. 제가 또 그런 거엔 쿨해요. 하하”

대화를 할수록 강예원은 은진과 여러 모로 닮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과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뜨거운 여자였다. ‘연애의 기억’에 빠져 사는 신파극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예원은 “흘러간 연애를 기억하려고 해도 진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고마움과 미안함 그런 감정들만 가슴에 남더라”고 밝혔다.

“저는 헤어지고 나면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러다 보면 상대에게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해지더라고요. 기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미안한 마음에 빨리 잊고 싶어지는 거고요. 그래서 앞으로 만날 사람에게는 더 잘해주고 싶은데 연애를 잘 할 수 있을지…조금 겁이 나네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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