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샌프란시스코의 비틀걸음, 왜?

입력 2014-08-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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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과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간)만 해도 자이언츠는 57승44패로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사이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됐다.

최근 2연승을 했지만 28일 현재 70승62패(승률 0.530)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다. 지난달 25일 이후 32경기에서 13승밖에 추가하지 못하며 지구 선두 LA 다저스(76승58패)와 5경기차로 벌어져 있다. 아직까지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2위에 올라있지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선발진의 붕괴가 자이언츠 몰락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매트 케인(2승7패)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상황에서 매디슨 범가너(15승9패)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선발진 4명은 모두 30대 노장들로 이뤄져 체력적인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맏형 팀 허드슨(39)은 시즌 초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9승9패에 그치고 있다. 37세인 라이언 보겔송(7승9패)과 34세인 제이크 피비(2승4패)는 승보다 패가 많다. 피비는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1승9패를 기록한 뒤 지난달 27일 트레이드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지만 시즌 성적은 3승13패다.

6월 2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팀 린스컴(30)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시즌 개막 후 21경기에서 9승6패(방어율 3.65)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펼쳤지만 최근 6경기 성적은 참담하기만 하다. 1승3패에 방어율이 9.49다. 이 기간 동안 피안타율은 0.380이며,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2.27이나 된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보인 브루스 보치 감독은 동네북 신세가 된 린스컴을 불펜으로 강등시켰다. 대신 베네수엘라 출신 유스메이로 페티트에게 선발 임무를 부여했다. 올 시즌 3승3패(방어율 3.59)를 기록 중인 페티트는 6차례 선발로 출격한 경험이 있는 유틸리티맨이다. 지난해 9월 7일에는 애리조나 디백스전에서 9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2년 연속 받았던 린스컴은 2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3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지만 10승15패(방어율 5.18)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 보치 감독은 고심 끝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3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만을 허용했을 뿐 무려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팀의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보치 감독은 2년 전 경험을 되살려 린스컴을 선발진이 조기에 무너졌을 경우 투입하는 롱 릴리프로 보직을 변경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구속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린스컴이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로 나서게 되면 더 효과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는 자이언츠의 1차 목표는 지구 우승이다. 특히 숙적 다저스와의 남은 6차례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면 얼마든지 역전을 노릴 만하다. 린스컴을 불펜으로 돌린 보치 감독의 승부수는 과연 어떤 결과로 빚어질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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