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아이돌’ 조구함·이재형, 한국 유도 희망이 되다

입력 2014-09-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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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왼쪽)은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가 배출한 유망주 중의 한 명이다.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용인대에 진학한 이재형은 김재범의 후계자 1순위로 꼽힌다. 스포츠동아DB

■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 5년간의 발자취

2011년 강자 조구함, 인천 AG 2관왕 도전
대회 2연패 이재형, 리우올림픽 주역 기대
부상 은퇴 했던 방귀만은 김천에서 재도약
유도스타 아들들 대이은 열정 감동의 무대

최민호(34·현 남자유도대표팀 코치)와 김재범(29·-81kg급 현 남자유도 국가대표).

한국 유도사에 큰 획을 그은 두 별. 최민호는 2008베이징올림픽 -60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뒤엔 김재범이 2012런던올림픽 -81kg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두 월드스타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같은 고향, 경북 김천 출신이라는 점이다. 인구 17만 명의 소규모 도시에서, 그것도 단일 종목인 유도로 금메달이 연속해서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등학교 유도대회 겸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은 김천의 기적, 그리고 한국 유도의 영광을 위해서 지난 2010년 만들어졌다. 올해로 다섯 번의 대회를 마쳤다.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약칭)’의 5년은 곧 한국유도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2010년 첫 대회부터 2014년까지 이 대회를 5년 동안 취재하면서 가장 각인된 기억은 시각이 아니라 후각이었다. 대회가 열린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풍기는 학생선수들의 땀 냄새가 그것이었다.

이제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유도대회’는 대한유도회가 주최가 돼 2015년부터 초등부까지 포함하는 대회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는 어떤 발자국을 남겼을까.

조구함(왼쪽)과 이문진은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를 통해 한국유도의 미래 기둥이 될 재목임을 보여줬다. 특히 조구함은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국가대표로 급성장했다. 스포츠동아DB


● 김천에서 유도의 미래를 확인하다!

최민호도, 김재범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다. 개구리처럼 힘차게 뛰어오르려면 누구나 올챙이 시절을 겪는다. 주머니 속 송곳은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낭중지추’의 고사처럼 고교생 때부터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 5년 동안 매년 목격할 수 있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저 아이는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던 재목들이다.

2010년 대회에서 만났던 조구함과 이재형은 당시의 예감대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충북 청주의 청석고를 다닐 때부터 조구함은 무적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용인대에 입학해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조구함은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100kg급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새로 신설된 남자 단체전까지 대표로 선발됐기에 유도 2관왕의 꿈을 키워봄직하다. 남자 -81kg급의 이재형은 보성고 재학시절인 2010년과 2011년 김천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011년 대회에서 전 경기 한판승으로 우승을 장식한 뒤 용인대에 입학했고, 이 체급의 최강자인 김재범마저 잡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된 선수는 최후의 승자였던 김재범이었지만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세대교체를 이뤄낼 잠재력을 증명했다.

● 김천에서 유도의 길을 다시 찾은 방귀만

2011년 대회에서는 선수가 아니라 코치로 만났던 방귀만(31·-73kg급 현 남자유도 국가대표)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방귀만은 허리와 팔꿈치가 안 좋아 잠정은퇴 상태였다. 상무에서 제대한 뒤 운동을 쉬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선수가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위해서 대전체고 코치로 부임해 김천에 온 것이었다.

당시 방귀만은 “가르치는 것도 유도 공부”라고 말했다. 대전체고는 개인전에서만 금메달 2개를 따내는 등 빛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당시부터 방귀만은 조금씩 개인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해 12월 현역으로 복귀해 코리아월드컵 정상에서 올랐다. 이제 방귀만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비운의 유도천재’라는 꼬리표를 떼고, 현역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열 의지로 충만하다.


● 빛나는 유도 별들의 아들들

2010년 첫 대회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남자 -81kg급 보성중 이문진이었다. 이문진은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전국 중·고 유도대회’와 함께 성장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첫 대회 우승에 이어 2012년 보성고로 진학해 고2때 오른 발목 부상을 딛고서 전 경기 한판승으로 우승을 달성했다.

이문진의 타고난 유도 괴력은 귀순 유도 영웅인 아버지 이창수 씨 덕분에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북한의 유도영웅이었던 이 씨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은메달 이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 이어 대만 유도국가대표 출신인 진영진과 결혼해 세 아들을 얻었다. 그 세 아이가 이호진. 이문진, 이위진인데 모두 유도선수로 입문했다. 이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 아이가 둘째인 문진이였다. 현재 용인대에 진학한 이문진은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뽑혀 미래 한국유도의 간판이 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13년 대회에서는 우승이 아닌 준우승임에도 남자 -90kg급의 보성중 김유철이 눈에 들어왔다. 김유철의 어머니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유도 금메달에 빛나는 김미정 용인대 교수(현 여자유도 대표팀 코치)이고, 아버지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김병주 공군사관학교 교수다. 그리고 2014년 대회에서는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 대표팀 감독이었던 안병근 용인대 교수의 아들 안준성이 화제였다. 보성고 2학년인 안준성은 남자 -73kg으로 출전했다. 비록 8강에서 패했으나 유도를 향한 정직한 열정을 보여줬다.

김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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