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 편입 안돼 미래가 없다” 독립구단 현실에 상처

입력 2014-09-12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고양 원더스 해체 왜?

2군 팀과 90경기 교류전이 유일한 기회
정식 팀 인정 못 받고 야구계 지원 부족

말 그대로 전격해체였다.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몰랐다. 허민 구단주, 하송 단장, 김성근 감독만 알았다. 세 사람이 수일 전 한 자리에 모여 무거운 논의를 나눴고, 힘겨운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코치들과 선수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한국 야구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결국 11일 전격 해체를 결정했다. 그들은 왜 야심 차게 출범한지 3년 만에 문을 닫았을까.


● 2군 정식 팀 편입 안돼 해체?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허민 구단주가 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크게 실망했다. 열정만으로 팀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원더스는 독립구단이지만, 한국에는 독립리그가 없다. 함께 게임을 치를 파트너 없이 홀로 걸어가야 했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팀들과의 교류전이 그들에게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마저도 매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경기 수를 논의해야 했다. 창단 첫 해인 2012년과 2013년에는 2군 팀들과 총 48경기를 치렀고, 올해는 다행히 90경기로 늘었다. KBO는 내년에도 90경기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더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류’가 아니었다. 상무나 경찰야구단처럼 당당하게 2군에 정규 편입해 한 리그의 정식 팀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언제 다시 경기 수가 줄어들지 모르는 불안감 대신 ‘안정적인 미래’가 필요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원더스가 창단하던 시점에는 야구계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무명 선수들의 패자부활전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팀에 의미를 부여하고 격려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당시 약속했던 지원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원더스가 꼭 필요하다’는 야구계 전체의 암묵적 동의조차 받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3년간 120억원 투입…돈 부담 느껴 팀 해체한 것 아니다”

허민 구단주는 야구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당초 1년에 10억 정도의 지출을 예상했던 원더스에 3년간 무려 120억원의 운영비를 쏟아 부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허민 구단주가 돈에 부담을 느껴 팀을 해체한 것은 아니다. 독립구단에 대한 편견과 현실의 벽에 상처를 받아 떠나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