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전문기자가 본 금메달 조건 3가지

입력 2014-09-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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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스포츠동아DB

■ 스트라이크존이 메달색깔 변수

①넓고 높은 스트라이크 판정 대비하라
②억울해도 심판 오심에 흥분하지 마라
③감독의 빠른 결단과 역량이 필요하다

야구는 야구지만 팬들이 그동안 봐왔던 야구가 아닌 새로운 모습의 야구. 이것이 국제대회의 토너먼트 야구다. 페넌트레이스는 리그에 소속된 팀끼리 많은 경기를 치러 각자 팀이 가진 모든 역량을 변수가 적게 만들어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큰 목적이다. 야구는 페넌트레이스에 맞게 발전해온 스포츠다. 연속성이 강해 일일드라마의 특성을 지녔기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토너먼트 대회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국제대회는 토너먼트 대회의 변수 외에도 평소 보기 힘든 또 다른 변수가 있어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아시안게임 사상 4번째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야구. 그러나 국내리그를 머리에 담고 있으면 큰 코 다친다. 아시안게임은 리그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가 인천아시안게임 상식에서 맨 윗자리에 서 있으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 한국선수들에게 낯선 스트라이크존…넓고 높은 스트라이크존이 변수

우리 프로야구는 최근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고 낮아졌다. 한때 한국과 일본의 스트라이크존 차이를 설명할 때 담뱃갑을 세로로 한 형태가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이고 가로로 눕힌 것이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일본보다 더 좁아지고 낮아졌다. 심판들은 부정하지만 우리의 스트라이크존은 룰 북에 있는 존보다 훨씬 박하다. 우리 리그를 경험한 외국인투수들은 좁은 문이 된 스트라이크존과 우리 타자들의 빼어난 선구안에 힘들어한다. “타자들이 힘은 없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트라이크존이 아니다. 심판마다 차이도 크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그동안 낮은 볼에 익숙한 우리 타자들이 넓고 높아진 스트라이크존에 어떻게 대응할지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현재 우리의 스트라이크존이라면 타자들이 낮은 공만 노리면 된다. 낮은 공을 치겠다는 자세로 타석에 서왔고 기술도 그렇게 발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이 포수 어깨높이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면 타자들이 당황해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대만의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변화구 투수와 심판이 만났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경기에서도 드러났지만 현재 우리 기준으로 보자면 볼 판정이 확실한 류현진의 높은 쪽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우리 타자들은 지금 그 공을 치지 않는다. 이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순간 타자들의 예측,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 등은 엉클어질 것이다.


● “합의판정은 없다” 외국심판 오심주의보… 판정에 투덜댔다간 퇴장당할 수도

그동안 많은 팬들이 우리 심판의 능력을 비아냥거렸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외국인심판들의 능력은 천양지차다. 몇몇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지휘봉을 잡았던 김응룡 감독은 호주와의 경기 도중 1루심의 상상도 못할 오심에 억울해하며 항의했지만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현재 우리 리그에서 사용하는 합의판정을 도입한다면 좋겠지만 아시안게임에선 그렇지 않다. 심판의 판정이 최종 결정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뒤집어지지 않는다. 언어 문제로 일일이 대들고 싸울 수도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경기 때를 기억해보라. 포수 강민호가 스트라이크 문제로 투덜거렸다고 퇴장을 시켰던 심판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했던 것처럼 심판에게 행동하면 결과는 가혹하다.

심판이 의도를 가지고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 맞서야하겠지만 심판 능력의 차이로 오심이 나왔을 경우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도 없다. 억울해도 참아야 하고 먼저 흥분해서도 안 된다.


● 감독 역량이 더 중요한 토너먼트… 희생과 우리가 승리를 만든다

선수기용 특히 투수의 운용은 페넌트레이스와 달라야 한다. 한 경기에 모든 투수를 투입할 수도 있고 약한 팀을 상대로는 힘을 안배하는 전략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팀이 리드 당하고 있을 때 나와서 ‘설거지’를 잘 해줘야 하는 선수도 필요하다. 감독의 모든 결단은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훨씬 빨라야 것이다.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상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팀 코리아의 에이스다. 그동안의 이름값은 필요 없다. 지금 현재 가장 잘하는 스타팅에 있어야 한다. 기다려줄 시간이 많지 않다. 많은 점수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 감독의 작전을 잘 수행해 그 즉시 점수를 뽑아줘야 편해진다. 토너먼트 대회는 선수 한 두 명의 반짝하는 기량으로 우승을 결정하는 포스트시즌과 닮았다. 감독의 역량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확률도 페넌트레이스보다는 훨씬 높다. 결국 감독이 선수들을 어떻게 리드하고 마음을 열어 최선을 다해 따르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나’ 보다는 ‘우리’, ‘내가 해결’ 보다는 ‘나의 희생’이 더 필요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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