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TJ 프로젝트, 흑역사 아니다” [인터뷰]

입력 2014-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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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 “TJ 프로젝트, 장르 개척 위한 시도…흑역사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유동윤 방지영, 연출 이동윤)의 가장 큰 반전은 단연 이건 역의 장혁이었다. '추노', '아이리스' 같은 선 굵은 필모그래피와 절권도 유단자로 알려진 그가 12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에 돌아와 '코미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우선 제가 코미디를 할 수 있던 건 장나라 씨와 제작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나라 씨는 이 드라마에서 정극의 감정을 그대로 이어주고 제작진은 연출로 제가 마음껏 코미디를 하다가도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줬어요. 이들 덕분에 널을 뛰는 듯한 이건이 살 수 있었어요."

장혁 본인도 인정했듯 '운널사'의 이건은 그동안 그가 연기한 그 어떤 캐릭터보다고 감정기복이 심했다. 마성의 웃음소리를 내다가도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 하며 홀로 눈물을 삼키는 연기는 오로지 장혁이었기에 가능했다.

"저는 이건으로 '스크루지의 젊은 시절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안하무인의 캐릭터고 어릴 때부터 주변에 예스맨들만 두고 살았으니까 과장된 몸짓이나 웃음소리를 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을 거라고 상상했죠. 그리고 난 후 만든 웃음을 들려주니 모두들 재미있어 해주더라고요."

그는 이처럼 작가가 만든 캐릭터와 대본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고 익혀먹는 방식을 택했다. 장혁은 "작가의 대본은 건축 시공을 위한 설계도 같은 것"이라며 "배우는 이 설계도를 참조해서 창작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장혁만의 스타일을 거뜬히 받아넘긴 사람이 바로 12년 만에 재회한 장나라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장나라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사실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나라 씨를 본 것이 이번 작품 회의를 위해 만났을 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 출연을 위해 얼굴도, 말투도, 감성도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서 정말 놀랐어요."

"나라 씨는 배역에 더 깊이 들어갈 수록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여기저기 장르를 오가는 배우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마 그건 방송 관계자들이 필모그래피만 보고 비슷한 배역만 줬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장나라라는 배우의 펄떡거리는 모습을 알아봐 주면 좋겠네요."

장나라에 비하면 그는 충분히 펄떡거려 왔다. 영화 '화산고', '영어 완전정복'은 물론 앞서 언급한 '추노', '아이리스' 등의 전작들을 보면 '운널사'는 오히려 잠시 쉬어가는 작품으로 보여질 정도다.


이에 대해 장혁은 "'운널사'는 로맨스가 거꾸로 진행되고 코미디 역시 복고 스타일이다. 일종의 장르 개척을 이뤄낸 작품"이라며 "예전부터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도 나온 TJ 프로젝트도 그런 장르 개척을 위한 생각을 가지고 진행했어요. 배우로서 뮤직 비디오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기획했는데 뮤직 비디오를 방송에 나가게 하려면 무대에 올라야 한다더군요. 비록 예능에서 코미디로 사용되긴 해도 저와 그걸 함께 한 사람들에게 절대 TJ 프로젝트는 흑역사가 아니에요."

장혁은 오랜 배우 생활로 만난 사람들과 거쳐간 작품들을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었다. 시청률이나 세간의 평은 하나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아는 그에겐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제 데뷔작인 '모델'을 지금 보려면 정말 만취를 한 후에 봐야 해요. 그런 보기 부끄러운 연기를 펼친 습작 같은 작품들도 있고 시청률은 좋지 않았지만 제 연기에 없었던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은 작품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모두 안고 버리지 말고 안고 가야 해요. 남들이 몰라줘도 그동안 겪은 경험에서 얻은 것들은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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