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팍타크로 정원덕 “4년전 광저우 눈물 갚겠다”

입력 2014-09-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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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덕. 스포츠동아DB

대표팀 수비의 핵…광저우AG서 부상 아픔
일가족 10명 김천서 부천행…AG 金 응원

“4년 전 흘린 눈물, 이번엔 갚아주겠다.”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대표팀이 결승에 올랐다. 22일 열리는 결승전 상대는 미얀마.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있다. 대표팀은 “이번엔 반드시 설욕하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그 중심엔 ‘피더(수비수)’ 정원덕(26·고양시청)이 있다.


● ‘승부의 키’는 정원덕이 쥐고 있다

남자대표팀 이기훈 감독은 결승에서 맞붙게 된 미얀마를 껄끄러운 상대로 정의했다. 그는 “강한 서브를 막아내는 게 승부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정원덕은 상대의 서비스와 화려한 킥을 받아낸다. ‘발배구’ 쯤으로 명명할 수 있는 이 종목에서 배구의 리베로와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투지와 끈기가 없으면 좀처럼 도맡을 수 없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실제로 장원덕은 공을 적아 어느 곳이든 몸을 날리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이 감독은 “원덕이는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비수”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 차례 아픔을 겪었다. 미얀마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2세트 중반 이규남의 부상으로 급격히 흐름을 잃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서클 종목(원 안에서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는 횟수가 많은 팀이 우승) 이후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만족보단 아쉬움이 컸다.


● 김천에서 상봉한 가족의 힘으로!

정원덕의 아버지 정민현(56) 씨는 아들의 승부근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세팍타크로를 시작하겠다던 김천 아포중 1년부터 아들을 굳게 믿었다.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복싱의 꿈을 접었던 자신과 같은 아픔을 주기 싫었다. 대신 아버지는 한 마디만 거들었다. “어물쩍 중간에 포기할 생각만 하지 말라.”

아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아포중은 정원덕의 1년 선배들로 창단 멤버를 꾸렸지만 모두 중도하차했다. 그만큼 고된 운동이었다. 하지만 정원덕은 포기를 몰랐다. 오히려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집 근처 나무에 공을 묶어놓고 매트리스를 깔아 수천 번 넘어지면서 공중에서 공을 차고 또 찼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청소년대표를 지냈고, 2008년 마침내 첫 성인대표가 됐다. 어머니 이성옥(53) 씨는 “정말 뿌듯했다. 힘들어도 불만 한마디 않고, 스스로 모든 걸 해냈다”고 맏이를 자랑스러워했다.

일가족 10여명은 20일 고향 김천에서 올라와 경기장에서 함성을 내지르며 정원덕에게 큰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아버지는 “광저우에서의 눈물을 알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꼭 목에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도 밝은 웃음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부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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