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곽정혜·김장미 “우리는 여걸 3총사”

입력 2014-09-23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정은, 곽정혜, 김장미(왼쪽부터)가 22일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 25m 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돌아온 총잡이’ 이정은 ‘연습벌레’ 곽정혜
‘애어른’ 김장미까지 개성 강한 3인방 모여
여자 25m 권총 단체전 금메달 ‘환상 호흡’


사격 관계자들은 “사람 성격도 총 따라간다”고 말한다. 22일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아시안게임 여자 25m 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곽정혜(28·IBK기업은행), 이정은(27·KB국민은행), 김장미(22·우리은행)에게는 그 말이 딱 맞는다. 25m 권총에서 급사는 표적에 파란불이 들어오는 3초 안에 총을 쏴야 한다. 7초의 여백 뒤에 다시 격발의 시간 3초가 다가온다. 이런 과정이 다른 사격 종목에 비해 상당히 역동적이다. ‘여걸 3총사’는 스스로 “성격이 괄괄하다”고 말한다. 애어른 같은 막내 김장미, 까칠한 듯 속이 깊은 이정은,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후배들을 품어주는 맏언니 곽정혜, 개성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낸 이도희(47) 코치. 결국 이들은 환상의 호흡으로 금메달을 명중했다.


● 이정은, 8개월 공백 날린 사격 천재

이정은은 잡초다. 중학교 시절 사격 천재로 불렸지만, 실업팀에선 방출 설움까지 겪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생긴 생채기. 그 상처를 감추기 위해 자신을 서린 날로 포장했던 것이 결국 운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결국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2011년 3월 총을 내려놓았다. 이후 일반 사무직 직원으로 일하며 생계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사격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그 시절 이정은의 천재성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KB국민은행 손상원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결국 이정은은 2012년 1월 KB국민은행에 입단하면서 제2의 사격인생을 시작했다.


● 곽정혜, 연습벌레 맏언니

곽정혜는 ‘연습벌레’다. 소속팀 IBK기업은행 채근배 감독은 “남들이 1시간을 훈련한다면, 2∼3시간씩 총을 쏘는 선수다. 심지어 숙소까지 공기권총을 갖고 들어와 틈 날 때마다 총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많은 훈련량은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국내 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곽정혜는 진통 주사를 맞고 경기에 임했다. 결선(4위)에서 발수가 거듭될수록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도 어깨 부상의 영향이 컸다. 곽정혜는 “동생들이 너무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며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 김장미, ‘중국 킬러’가 되고 싶은 막내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는 한국여자권총의 에이스다. 특히 중국사격계로부터 견제를 많이 받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진종오(35·kt)의 경우엔 중국도 아예 레전드로 인정해버린다. 하지만 김장미의 경우엔 틔우는 싹을 미리 밟으려는 게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김장미는 “중국을 더 이기고 싶다”고 말해왔다. 결국 인천에선 언니들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라나다세계선수권에서 중국에 패했던 아픔을 씻었다. ‘여걸 3총사’ 중 막내지만, 언니들은 김장미를 “애어른 같다”고 말한다. 막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하면서도 언니들과 잘 뭉쳐 팀워크는 최상이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