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한국 사격, 멘탈서 중국 이겼다

입력 2014-09-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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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50m 소총 단체전 금메달 음빛나(위 사진 왼쪽부터), 나윤경, 정미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 금메달 김준홍(아래사진 왼쪽부터), 장대규, 송종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국사격 7개 금 모두 亞 최강 중국과 대결서 획득

단체전 금 4개는 1점차로 꺾고 따내
김병채 코치 “집중력과 응집력의 힘”
평소 때도 실전같은 긴장감 속 훈련

한국사격은 25일까지 7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세운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종목별로 보면 펜싱에 이어 2번째로 금메달 개수가 많다. 아직 경기가 더 남아있어 추가로 금빛 총성을 울릴 가능성도 있다.


● 한·중 사격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한국사격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만리장성을 넘으며 선전을 거듭했다. 중국은 사격의 최강국이다. 홈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무려 21개의 금메달을 쓸어갔다. 이 정도 숫자임에도 당시 중국 언론은 “중국사격이 부진했다”고 질타할 정도였다. 당시 한국은 1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중국의 독식을 저지했다.

한국과 중국의 사격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다. 사격대표팀 윤덕하(60) 감독은 “중국사격의 등록선수는 300만 명 이상이다. 반면 한국은 3000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양궁과 마찬가지로, 중국선수들은 자국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국제대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선수 규모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반적인 사격의 수준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사격은 25일까지 18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 박빙 승부에 강한 한국…단체전 금 4개 모두 중국 1점차로 제쳐

그러나 한국사격은 살얼음판 승부에서 강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사격이 금메달을 획득한 7경기를 살펴보면, 2위는 모두 중국이었다. 특히 단체전 금메달 4개는 모두 중국을 1점차로 꺾고 따낸 것이었다.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1744점 대 1743점), 여자 25m 권총 단체전(1748점 대 1747점),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1855.5점 대 1854.1점),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1747점 대 1746점)에서 모두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살얼음판 승부 강한 비결? 집중력과 단체전에서의 응집력

사격대표팀 김병채(55) 코치는 한국이 박빙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인 이유를 아시안게임에 대한 집중력에서 찾았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선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 더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 홈에서의 기대와 응원 등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 반면 중국선수들은 자신들의 실력에 비해 메이저대회에서 약한 감이 있다. 심리적 압박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선수들은 단체전을 특히 부담스러워한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동료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간의 사이가 돈독하고, 팀워크가 좋을수록 단체전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김 코치는 “월드컵 등의 국제대회가 개인적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면, 아시안게임은 단체전도 중요하다. 한국사격선수들이 끈끈한 응집력을 발휘해 서로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것도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격대표팀은 평소 훈련 과정에서도 실전의 결선 상황처럼 긴장감을 조성하고 방아쇠를 당기기도 한다. 목표 점수를 설정한 뒤 훈련에 들어가거나, 가벼운 내기를 거는 방식이다. 일부러 왁자지껄한 소음을 만들고 총을 쏘는 경우도 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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