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양학선, 그대들의 투혼이 아름답다

입력 2014-09-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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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두 스포츠 영웅의 투혼은 아름다웠다. ‘마린보이’ 박태환과 ‘도마의 신’ 양학선은 몸 상태가 완벽치 않은 상태에서도 25일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와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서 나란히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 후 은메달을 들어 보이는 박태환(왼쪽 사진)과 도마 2차시기를 마치고 주먹을 불끈 쥔 양학선.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박태환, 부담감·컨디션 악재 딛고 자유형 100m 은메달…양학선, 허벅지 부상속 도마서 값진 은메달

■ 대한민국 수영·체조 두 영웅 金보다 빛난 도전

마음 비운 박태환, 100m서 자신의 레이스 회복
통산 금6·은4·동9…한국선수 AG최다메달 타이

부상속 출전 강행한 양학선 ‘양2’기술 시도 불발
“광저우AG 이후 처음 일등 놓쳐” 아쉬움에 눈물

한국이 낳은 두 영웅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은 25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75로 2위를 차지했다. 금메달은 닝제타오(중국·47초70·아시아기록), 동메달은 시오우라 신리(일본·48초85)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박태환(19개·금6·은4·동9)은 사격 박병택(금5·은8·동6)의 한국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도마의 신’ 양학선(22·한체대)도 이날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1·2차시기 평균 15.200점으로 2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섹와이훙(홍콩·15.216점)의 몫이었다. 북한 리세광(14.799점)은 1차시기 착지에서 큰 실수를 범하며 4위에 그쳤다.

두 선수는 기초 종목 불모지인 한국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수로 평가받는다. 박태환은 2008베이징대회, 양학선은 2012런던대회에서 한국수영과 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비록 왕좌에 오르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 박태환, 가족의 격려 속에 재도약

마린보이는 가족의 힘으로 재충전하고 역영을 펼쳤다. 박태환은 금메달을 기대했던 200m와 400m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몸 상태도 완전하지 않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펼쳐지는 홈경기라 심적 압박도 상당했다. 24일 오전 훈련을 위해 경기장에 나온 박태환은 자신의 매형인 김대근 팀GMP(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 총괄실장을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의 부모는 큰 대회 중에는 행여 부담을 줄까봐 아들과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친형과 다름없는 김 실장과의 차분한 면담을 통해 박태환은 큰 위안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기를 펼치자”고 의기투합했다.

박태환은 23일 400m 결승에서 물을 잡는 동작과 탄력 면에서 자기 본연의 수영을 펼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5일 100m에선 특유의 물 감각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후원사 없이 외로운 헤엄을 계속했던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전국체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당장 서울에 마땅한 훈련 장소부터 물색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응원으로 버틸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 양학선, 햄스트링 부상에도 투혼의 경기

양학선은 지난 연말 3개월간 허리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렸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 파열로 고전했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 특히 조주 동작부터 스피드를 내지 못하다보니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했다.

양학선은 1·2차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트는 기술), ‘양학선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 비트는 기술·이상 난도 6.4) 기술을 쓰려고 했지만, 부상의 여파로 실제론 반 바퀴씩 회전이 모자란 ‘여2’, ‘로페즈’ 기술(이상 난도 6.0)을 뛰었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송주호 박사는 “1차시기 착지에서 오른쪽으로 쏠린 것은 허벅지가 못 받쳐줘서 밀려버린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양학선은 아쉬움에 눈물방울을 보였다. 그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때부터 단 한번도 1등 자리 놓친 적이 없다. 처음 2등을 해봤고, 씁쓸함을 알았다.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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