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중계, 방송사도 시청자도 갈팡질팡

입력 2014-09-2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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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 배드민턴 남자 단체 결승전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며 방송사를 맹비난한 시청자들이 경기 중계로 드라마가 결방되자 불만을 드러내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예선전 모습.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미숙한 중계방송과 시청자 이중잣대

배드민턴 결승…중계 안 해도 비난
드라마 대신 야구…중계 해도 불만
방송사들 중계 실수까지 ‘설상가상’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29일 10일째를 맞았다. 10월4일 폐회식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일부 시청자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기에 방송사들의 실수가 더해지면서 이번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7일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이날 오후 6시30부터 시작한 한국과 중국의 야구 준결승 중계방송으로 결방됐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는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야구가 11%(닐슨코리아)의 시청률에 그친 데 반면 드라마의 전 회가 37.3%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을 취소한 것은 시청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28일도 대만과 펼친 야구 결승으로 ‘왔다! 장보리’가 방송되지 않아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23일 이용대·유연성 등이 출전한 배드민턴 남자 단체 결승전이었던 중국과 경기를 방송 3사가 중계하지 않아 분노했던 시청자들의 태도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시청자들은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펼친 극적인 승부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면서 중계방송에 나서지 않은 방송사들을 맹비난했다.

경기 중계방송을 통해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책임을 지닌 방송사들 역시 잇단 실수로 빈축을 사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사들이 한국 선수들의 국적을 잘못 표기하는 중계방송 실수를 드러냈다. SBS는 여자 배구 한·일전 하이라이트 방송에서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오기했다.(왼쪽 사진) 축구 박주호를 홍콩, 수영 대표 장규철을 일본 선수로 각각 잘못 소개한 SBS와 KBS.(오른쪽 사진 위부터) 사진출처|SBS·KBS 1TV 방송화면 캡처


SBS는 25일 남자 축구 홍콩과 펼친 한국팀의 예선전 중계방송에서 추가골을 넣은 박주호의 국적을 홍콩으로 표기했다. 일본과 벌인 여자 배구 경기 하이라이트 방송에서는 화면 상단 좌측의 진행 상황 자막에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표기해 4분 이상 그대로 내보냈다. 시청자의 항의가 잇따르자 SBS 측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을 다루는 프리랜서 요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철저하지 못한 준비가 불만을 샀다.

이번 대회의 주관방송사인 KBS도 실수를 범했다. 24일 KBS 1TV는 남자 접영 100m 결승을 중계하면서 장규철을 자막으로 소개하며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넣었다. 장규철 선수의 국적이 한순간에 일본으로 둔갑하는 어처구니없는 순간이었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이기도 한 인천아시안게임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전 세계적인 3대 스포츠 이벤트 중의 하나로 꼽히지만 방송사들의 중계 실수와 시청자들의 미성숙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 많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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