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이 사랑하는, 부산을 사랑하는 여배우 문소리

입력 2014-10-12 10:1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그러게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았네요. 개막식 사회부터 연출자로 GV(Guest Visit·관객과의 대화)도 가게 되고…. (스태프들에게)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돈은 안 주지? (웃음)”

조금 과장을 보태서 표현하자면, 문소리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모’이자 ‘고향’이다. 실제 그가 태어난 곳은 부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데뷔작인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은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문소리의 출발점은 늘 부산이었다. 그래서일까. 문소리 역시 기회가 주어지면 손을 걷어 부치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도움을 준다. 올해는 더 특별했다. 개막작 사회자부터 ‘자유의 언덕’(감독 홍상수)의 여배우로, 직접 연출한 ‘여배우’의 감독으로, 또 조감독으로 무대에 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뭔가를 많이 했어요. 심사위원도 했었고, 해외 여배우들이랑 대담도 하고 남편(장준환 감독)이랑 폐막식 사회도 맡았어요. 이젠 집행위원장만 남았네? (웃음) 배우로서 첫 출발점이 부산국제영화제여서 그런지 거기 계신 분들은 제 선생님 같고, 절 키워주신 사수 같아요. 그렇다보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하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죠.”

부산국제영화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소리의 결혼식 이야기까지 나왔다. 2006년 12월, 장준환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은 문소리의 결혼식에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주례를 맡았기 때문. 그는 “처음엔 주례 없이 결혼식을 올리려 했지만 정말 간소한 결혼식에 어르신들만 불러서 주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며 “우리 두 사람 다 영화인으로서 존경하는 분은 김동호 집행위원장님이었다”고 말하며 주례를 부탁한 사연을 털어놨다.

“주례를 한 두 마디 하셨나? 하하. ‘소박하게 결혼을 올리려는 두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 앞으로도 이 마음 그대로 겸손하게 살며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영화인이 되길 바란다’라고 하셨죠.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당시 감동을 받은 게 하나 더 있는데, 김동호 집행위원장님이 영화인들에게 메일을 일일이 보내시며 축하메시지를 받아 주셨어요. 메일을 받은 메시지를 다 프린트하셔서 앨범으로 만들어주셨는데 그건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어요. 지금도 펼쳐보면 재미있는데 ‘흥행도 못한 감독이 여배우랑 결혼도 하고, 제기랄’. ‘신혼여행은 안드로메다로 가나?’(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를 연출했다) 등 진짜 영화인다운 메시지가 가득하더라고요. 아마 김동호 집행위원장님의 말씀은 세기의 주례의 예로 들고 싶을 정도였어요.”


사담을 이어가다 문소리는 “어머, 우리 영화 이야기 너무 안 한다”라며 웃으며 ‘자유의 언덕’ 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자유의 언덕’은 일본인 모리(카세 료)가 사랑하는 한국 여성 권(서영희)을 만나러 서울 북촌을 방문하며 권에게 쓴 편지들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작품. 문소리는 모리의 편지 속 카페 여주인이자 잠시나마 모리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여성 ‘영선’ 역을 맡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다른 나라에서’에 이어 홍상수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문소리는 비슷한 환경에서 촬영에 임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나에 대해서 느끼는 게 굉장히 달랐다. 좀 부끄러웠다고 해야 할까. ‘연기의 기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제 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로 호흡을 펼친 일본 배우 카세 료에 대해 “그런 매력을 가진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자기만의 깊이와 매력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배우들과 스태프들 중 카세 료의 매력에 안 빠진 사람이 없었다. 아이 같은 순수함도 있고 형식에 얽매이지도 않고 화려하진 않은데 다양한…. 아마 그런 사람 찾기 힘들 것 같다”고 극찬했다.


요즘 문소리는 ‘배우’라는 명함과 또 다른 명함을 들고 다닌다. 바로 ‘학생’이다. 현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 진학 중에 있는 그는 한창 영화 공부에 빠져 있다. 대학원에서 사귄 친구들이 ‘한 번 하겠다고 하면 끝장 보는 성격’이라고 말할 만큼 학구열에 불타올랐다.

“우리 대학원이 좀 특별한 게 ‘융합 교육’을 시켜요. 그래서 영화를 배우면서 특수효과 프로그램도 만들어요. ‘디지털 이미지의 기초’ 같은 과목을 꼭 들어야 졸업을 할 수 있어요. 교제를 보면 어우~. 검은 색은 글자고 흰색은 종이라는 말이 딱 맞아요. ‘매틀랩’이라는 프로그램을 깔아서 함수를 돌려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진짜 어려워요. 우리가 포토샵에서 보는 픽셀 같은 게 다 그런 종류더라고요. 하루는 프로그램 만들어서 돌리고(실행하고) 있는데 남편이 슬그머니 와서 보더니 ‘아니, 학교에서 이런 것도 가르쳐요?’라며 놀라더라고요. 어렵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 다 봤어요. 친구들한테 족집게 과외도 해줬어요.”

밤을 새가며 공부한 덕분에 그는 ‘여배우’(감독 문소리)라는 영화도 만들 수 있었다. 기초 제작실습 과제로 만들었던 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단편 쇼케이스 부문에 올랐다. 여배우로서 살아가는 문소리의 일상과 생각 등을 섬세하면서도 코믹하게 담아낸 18분짜리의 단편영화다. “또 수업을 듣고 단편을 만들어야 하는데 다음엔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문소리에게 차후 연출자로서 방향을 바꿀 계획이 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절대 없다”며 웃었다.

“그냥, 제가 배우로서 일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진짜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어요. 연기나 잘 해야지. (웃음) 뭐, 20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