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물론 이름 세 글자로 대중에게 신뢰를 주고 싶은 오연서는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한 번 내달린다. 사진제공|웰메이드 예당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짊어져야 할 짐이 있다. 처음에야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고 싶지만 눈 질끈 감고 정면으로 부딪쳐 잘 이겨낸다면 그 다음 행보는 가벼워진다. 그렇다고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주변의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여유는 생기는 법.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를 무사히 끝내고 ‘기분 좋은’ 짐을 안게 된 오연서(27)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장보리’ 연기하며 착해진 느낌
이유리 언니 절대 질투 안 해
이제는 연기에 여유 담고 싶어
“열심히 하려 했던 노력의 결실이다.”
스스로도 만족해 했다. ‘왔다! 장보리’로 첫 타이틀 롤을 맡고 6개월 동안 긴 호흡의 드라마를 이끌었다.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인공으로서도 누릴 기쁨은 다 누렸다.
”저는 믿고 보는 연기자가 아니고 아직도 부족함 투성이다. 김용림·김혜옥·황영희 등 선배들이 잘 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부담을 덜 느끼며 연기할 수 있었다.”
선배들의 조언이 오연서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본인의 몫이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한계는 있었다. 극중 장보리는 부모를 잃고 양녀로 키워진 뒤 기억상실증에도 걸리지만 마음으로 낳은 딸을 키우는 인물. “겪지 않은 상황을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즐거웠다”고 밝혔듯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연기하는 데 적잖이 고민했다.
최대한 캐릭터와 가까워지려던 노력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오연서는 “보리를 연기하면서 제가 착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더 잘 하려 노력하는 저를 봤다. 보리처럼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라이벌 연민정 역의 이유리와 비교하는 시선에도 의연했다. 그는 “절대 질투하지 않았다”고 손을 내저으며 “(이유리)언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서로가 맡은 바를 잘 했다. 저도 스스로 잘 했다고 칭찬해줬다”며 웃었다.
아마도 ‘고양이상’의 새침한 인상으로 자신을 오해하는 시선을 많이 받아서였는지 이번 작품을 통해 “눈빛이 선해졌다고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더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악플 등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연기에 대한 회의감이 문득문득 든다.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싫어지더라.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제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연서는 “작은 것에 감사하려 한다. SNS에 하늘 사진을 유독 많이 올리는 것도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누군가가 준 덕분이 아닌가”라며 “포기할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 일상 속 여유를 느끼는 것처럼 연기에도 여유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조만간 절친한 후배와 일본 여행을 떠나는 오연서. 여기저기도 가고, 이것저것도 먹을 거라며 들뜬 얼굴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연애도 하고 싶네요.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