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디슨 범가너. 동아닷컴DB
2014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새로운 영웅 매디슨 범가너(25)의 탄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캔자스시티와 맞붙은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 경기에서 3대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기록한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2010년도 우승까지 더하면 최근 5시즌 동안 무려 3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범가너는 월드시리즈 1차전과 5차전에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뒤 마지막 7차전에서도 팀이 3-2로 앞선 5회말에 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단 이틀만 쉬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범가너는 이날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쳐 팀의 승리를 지켰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난공불락’의 호투를 펼치며 달성한 범가너의 기록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범가너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0.43)은 지난 1965년 월드시리즈에서 샌디 쿠팩스(79)가 달성한 평균자책점(0.38) 이후 최고이다. 범가너는 또 역대 월드시리즈 최소 피안타(9개) 기록을 달성한 것은 물론 중간계투 최다이닝(5이닝) 투구와 최다이닝 투구를 통한 세이브 기록도 세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범가너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완투승을 포함해 총 2승 1세이브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서 승리와 세이브를 모두 기록한 투수가 됐다. 아울러 지금껏 월드시리즈에서 총 4승을 거둔 범가너는 역대 메이저리그 25세 투수 중 월드시리즈 최다승 기록도 달성했다.

매디슨 범가너. 동아닷컴DB
범가너는 이날 경기 후 가진 미국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거짓말을 못하겠다. 이젠 좀 피곤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범가너는 ‘범타운(Bumtown)’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작은 도시에서 자랐다. 이 지역에 독일에서 이민 온 ‘범가너’란 성을 가진 이들이 유독 많이 살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범가너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한 말이 ‘공(Ball)’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범가너는 남보다 이른 4세 때 야구를 시작했다. 당시 범가너가 뛰었던 리틀리그는 5세부터 참가할 수 있었지만 그의 부친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해 참가할 수 있었다.
범가너는 고2때 시즌 12승 2패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하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그는 총 84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은 무려 120개를 잡았다. 고3때는 시즌 11승 2패 평균자책점 1.05였고, 이 때도 86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은 무려 143개나 솎아냈다.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로도 재능이 많았던 범가너는 고교시절 타율 0.424 11홈런 38타점을 기록했다. 범가너가 올 시즌 ‘만루홈런’을 2개나 쳐 메이저리그 역대투수 중 한 시즌 최다만루홈런 기록을 달성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교시절부터 빼어난 활약을 펼친 범가너는 200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0번)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라운드에서 고등학생을 지명한 것은 2002년 맷 케인(30) 이후 처음이었다.
프로에 진출한 범가너는 샌프란시스코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를 알 고 있다는 듯 프로 첫 해였던 2008년 마이너리그 싱글 A에서 시즌 15승 3패 평균자책점 1.46의 호투를 펼쳤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싱글 A 하이와 더블 A에서 뛰며 12승 2패 평균자책점 1.85의 성적을 올린 뒤 그 해 9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프로진출 단 2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매디슨 범가너. 동아닷컴DB
올 정규시즌에서 18승 10패 평균자책점 2.98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한 범가너는 포스트시즌에서 총 7경기(선발 6회)에 등판해 4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3의 호투를 펼쳐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직접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정되자 미국 현지에서는 범가너에 대한 찬사가 물 밀듯이 쏟아졌다.
과거 김병현(KIA)과 함께 ‘2001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투수 커트 실링(은퇴)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역대 최고의 포스트시즌 투구”였다면 범가너를 호평했다.
클리브랜드 외야수 제이슨 킵니스(27)도 자신의 SNS를 통해 “범가너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며 “범가너가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된 것에 대해 동료인 파블로 산도발(28)과 헌터 펜스(31)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25세 나이에 각종 포스트시즌 기록을 갈아치우며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3개나 소유한 범가너. 그가 올 정규시즌에서 21승 3패의 성적을 거두며 당대 최고의 투수라는 찬사를 받는 클레이튼 커쇼(27. LA 다저스)와 벌일 ‘최고투수 레이스’에 팬들의 이목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향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