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그룹’ 마마 “꿈꾸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입력 2014-11-03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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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봉한 영화 ‘댄싱퀸’. 왕년에 ‘좀 놀았던’ 엄정화는 댄스가수가 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남편의 갑작스런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꿈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지만 엄정화는 오랜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댄싱퀸’처럼 35세 이상의 세 주부가 치열한 경쟁률의 오디션을 거쳐 3인조 댄스그룹으로 정식 데뷔한다. 최유경(44), 박소현(38), 김미사(36)가 뒤늦게 꿈을 이룬 주인공들이다. 팀 이름은 ‘마마’(MAMA)다.

마마는 신생 기획사 크리진 엔터테인먼트와 국내 모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35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고 발굴한 팀이다. 8월 한달간 동영상 심사를 했고, 9월 한달간 트레이닝 및 본선, 결선 무대를 통해서 200대1의 경쟁을 뚫고 3명을 선발했다.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였다가 뒤늦게 꿈을 이뤘다.”

용기를 내 가수가 됐지만, 이들은 편견에 맞서야 한다. 대중은 ‘어리고 날씬하고 예쁜’ 걸그룹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도 “일부 우려의 시선을 실력으로 잠재우겠다”고 각오를 드러낸다.

최유경(43)은 절창을 뽐내는 스타일로, 서문탁의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직장생활을 하다 27살 때부터 카페에서 노래했다. 결혼으로 2년 만에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하다 ‘본능’을 참지 못하고 노래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나갔다. 직장인밴드 보컬로 활약했고, KBS 2TV ‘도전 주부가요스타’에선 자주 1위를 차지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마마 오디션에 참가했다.

R&B 발라드에 관한 ‘필’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박소현(37)은 1996년 ‘더 문’이란 혼성 4인조로 데뷔했던 경험이 있다. 데뷔 후 ‘더 문’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실의에 빠져 있던 중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했다. 그러나 과거 무대에 섰던 짜릿함을 잊지 못했던 박소현은 음악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늘 동경해왔다. 그러던 중 마마 오디션 광고보고,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간절함으로 오디션에 나섰다.

막내 멤버인 김미사(35)는 KBS 창작동요대회 수상 전력 외에 별다른 음악적 이력이 없고 노래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지만, 감각만큼은 남다르다. 모창 능력이 좋아 어려서부터 기성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노래를 익혔고, 특히 자우림 노래를 잘 부른다. “노래에 대한 꿈은 항상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벅차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마는 1회성이 아니다. 꿈을 향해 여기까지 왔고, 마음속에 품었던 꿈을 이뤘다”는 이들은 오디션 과정에서 함께 연습하고 경쟁했던 지원자들, 특히 만 48세로 최고령 지원자가 ‘우리의 꿈을 대신 이뤄달라’는 눈물의 응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꿈을 꾸는 데는 나이는 필요 없다.”

10월부터 전파를 탄 한 제약광고 삽입곡 ‘내안의 꿈’으로 처음 목소리를 알린 이들은 11월 정식으로 데뷔곡을 발표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모습을 위해 맹렬히 연습중이다.

“노래만큼은 걸그룹이라 해도 무방할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히는 이들은 평균신장 173.6cm의 장신이다.

이들은 여성그룹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전망이다. ‘가장 늦은 나이에 데뷔에 가장 오래 활동하는 여성그룹’으로.

“우리는 실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정말 연습 많이 하고 있다. 대중의 염려, 주변의 반대, 그런 시선들이 있다는 걸 우리도 잘 안다. 실력으로 그런 시선들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10대에겐 멋진 엄마, 20대에겐 롤모델, 30·40대에 대리만족, 50대 이상에겐 사랑받는 걸그룹이 되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크리진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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