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불모지 제주에 ‘희망의 화살’ 쏘다

입력 2014-11-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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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부 위미중학교 유일…선수도 3명뿐
오진혁·정다소미와 함께 훈련 값진 경험


제95회 전국체전이 열린 제주는 양궁의 불모지로 꼽힌다. 인구 60만명의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양궁선수는 고작 3명뿐이다. 이들은 제주 소재 초·중·고 중 유일하게 양궁부를 보유한 위미중학교 소속이다. 2012년 창단한 위미중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연주(위미중2)는 8월 문체부 장관기 전국남녀중고양궁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상급학교에 양궁부가 없다보니, 이들이 계속 운동을 하려면 육지로 나가야 한다. 졸업반 오찬우(위미중3)도 내년에는 바다 건너 경남체고로 진학한다. 위미중 홍승희 코치는 “진학에 대한 전망이 확실치 않다보니, 선수·학부모 입장에선 양궁을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궁대표팀 장영술 총감독은 “새로운 학교팀이 생긴다면, 대한양궁협회 차원에서 장비 등은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재능 있는 어린 학생들이 양궁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학생선수들이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지역 내에 초·중·고 연계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지방 소도시에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 인구가 4만5000여명에 불과한 경북 예천군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예천동부초-예천여중-예천여고(여자부), 예천초-예천중(남자부)의 학생선수는 제주의 10배가 넘는 40여명에 이른다. 이런 저변 속에서 1979세계선수권 5관왕 김진호(53·한체대 교수),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관왕 윤옥희(29·예천군청) 등이 탄생했다.

이번 전국체전을 앞두고 양궁 스타들은 제주의 꿈나무에게 희망을 안겼다. 제주대표로 출전한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3·현대체철), 2014인천아시안게임 2관왕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 등은 위미중 선수들과 잠시 동안 함께 훈련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망주들에게는 큰 경험이었다. 오진혁은 “어린 학생들이 생각보다 잘 쏘더라”며 웃었다. 홍승희 코치는 “오진혁 선수가 활 쏘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많이 감탄했다. 양궁선수로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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