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선수권] 최악에서 더 빛난 태극마크의 힘

입력 2014-11-17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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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이정훈 감독. 스포츠동아DB

21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을 대만 타이중 현장에서 취재하며 의외의 ‘강점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약체라는 평가에 걸맞게(?) 대표팀 선수들은 절대 다수가 ‘무명’들이었다. 확실한 에이스나 마무리, 해결사의 숫자가 모자랐기에 코칭스태프는 매 경기마다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그러나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로 대표팀이 짜여져 의외의 ‘효과’가 발생했는데 그것은 끈끈한 팀워크였다. 선수들은 자기들의 팀이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뭉쳤고, 동료들을 믿고 헌신했다. 대표팀 이정훈 감독은 14일 일본전 0-1 패배 뒤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주장 김도현에게 선수단 미팅을 지시했다. 김도현은 “지나간 일 다 잊고 다시 시작하자”고 일본전 석패로 비통에 빠진 선수단을 다독였다.

선수단은 15일 호주전, 16일 니카라과전을 모두 잡고 3위를 차지해 자존심을 지켰다. 대표팀에서 고참에 속하는 구자욱은 15일 호주전에서 끝내기 득점으로 연결되는 9회말 2루타를 쳐냈고, 김도현은 끝내기 유격수 실책을 유도하는 땅볼을 쳐냈다.

주장이자 4번타자인 김도현은 이 대회를 마치면 12월4일 경찰청에 입대한다. 2년 간 소속팀 SK를 떠나있게 된다. “프로에서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떠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지만 대표팀 리더로서 홈런, 타점 2관왕에 베스트 11(지명타자)까지 수상했다.

대표팀이 선전을 거듭한 끝에 제1회 21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입상한 또 하나 원동력은 태극마크의 힘이었다. 대만전과 일본전에 등판해 역투한 에이스 임기준은 “태극마크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의 사명감은 선수들에게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투지를 불러온 것이다. 선수들은 대만, 일본을 잡지 못한 데 대해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최악에서 최선을 해낸 선수들은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타이중(대만)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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