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스탠턴 13년간 3580억원 계약, 잭팟인가? 말린스의 꼼수인가?

입력 2014-11-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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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지나면 FA 신청 가능 ‘옵트아웃’ 포함
연봉 매년 달라 6년 총액 1억700만달러뿐
우승전력 구축 못해 떠나도 구단 손해 없어

마이애미 말린스는 18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오른 지안카를로 스탠턴(25)과 13년간 3억2500만 달러(약 3580억 원)에 계약했다.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3억 달러의 벽이 깨졌다. 종전 미겔 카브레라가 올해 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체결한 10년 2억9200만 달러 기록을 뛰어 넘은 것.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6년이 지난 2020시즌 후 ‘옵트 아웃(Opt out)’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옵트 아웃은 선수가 구단의 남은 계약을 포기하고 다시 한 번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조건으로 타자로서는 전성기인 32세에 다시 한 번 빅딜을 성사시킬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지안카를로 스탠턴에게 10년 3억2500만 달러의 딜을 안긴 마이애미 말린스는 ‘도깨비 팀’으로 유명하다. 1993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막내 구단 말린스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1997년, 2003년)나 차지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파이어 세일’을 두 차례나 단행해 논란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19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절대적 열세라는 평가와는 달리 4승3패로 창단 후 5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던 말린스는 그해 스토브리그에서 주축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시켜 빈축을 샀다. 모이세스 알루, 앨 라이터와 같은 고액 연봉자들을 대거 처분한 말린스는 이듬해 54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거둔 역사상 최악의 성적이었다.

2012년부터 팀명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로 바꾼 후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2013시즌을 앞두고 조시 존슨, 호세 레예스, 마크 벌리 등 스타급 선수들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넘겨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두 번의 파이어 세일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단행한 것이었기에 연봉 총액 3억 달러를 돌파한 스탠턴과의 초특급 계약은 의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번에도 말린스의 절묘한 계략이 숨어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장기계약을 체결할 경우 잔여 계약기간과 연봉을 포기하고 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은 계약 말미에나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탠턴의 경우 13년 계약 기간 중 6년이 지나면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스탠턴의 연봉은 매년 다르게 책정됐다. 내년 시즌에 받게 되는 돈은 650만 달러로 올해 연봉과 똑같다. 2016년에는 900만 달러, 2017년에는 1450만 달러이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은 7700만 달러가 책정됐다. 따라서 첫 6년간 연봉총액은 1억700만 달러에 그친다. 이는 아메리칸리그 MVP(최우수선수)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내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받게 되는 1억4450만 달러보다 밑도는 금액이다.

스탠턴이 옵트 아웃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는 딱 하나. 말린스가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만약 현재처럼 바닥을 헤매는 성적을 계속 유지한다면 6년 후 FA를 선언할 공산이 크다.

말린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타격이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호세 페르난데스가 돌아온다면 투수진은 그 어느 팀과 견줘도 부럽지 않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된다. 중심타선에서 스탠턴과 원투 펀치를 이룰 슬러거를 보강하는 것이 내년 시즌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스탠턴의 초대형 계약이 13년짜리가 될지, 아니면 6년짜리 계약에 그치게 될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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