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화면 캡처
그러나 지난 14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 속 코너인 '사망토론'은 그 수위를 훌쩍 넘어버렸다. 웃음을 주기 위해 두 번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MBC '무한도전'을 언급했기 때문.
당시 개그맨 이상준은 '20년 후로 가는 알약을 먹으면 100억을 준다고 했을 때 당신은 이 알약을 먹겠습니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2035년인데 '무한도전'이 한다. 그런데 다른 멤버들도 사고를 쳐서 유재석 혼자만 남아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길과 노홍철의 음주운전으로 순식간에 5인 체제가 된 '무한도전'의 현 상황을 빗댄 것이지만 하하,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 등을 예비 범죄자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사진│MBC 화면 캡처
물론 '무한도전'도, 유재석이라는 걸출한 방송인도 개그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되는 '신성 불가침'의 대상은 아니다. 건강한 사회라면 건드려서는 안되는 개그 소재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준의 이런 못된 개그가 상처를 딛고 스스로 극복하려는 예능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무한도전'은 이미 두 번의 사과와 극한알바 특집을 통해 통렬한 반성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유혹의 거인' 특집을 통해 다시 한 번 멤버들의 정신 상태를 재점검했다.
이런 '무한도전'의 노력은 실로 안쓰러울 정도다. 개인이 저지른 물의로 프로그램 전체가 몇 주에 걸쳐 시청자들에게 엎드려 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상준의 개그가 비난 받아야 하는 이유는 '어떻게 후배 개그맨이 선배 예능인들을 모욕할 수 있느냐'는 지점이 아니다. 선후배 관계나 인기의 척도를 떠나 열심히 시청자들의 신뢰를 찾으려는 동업자의 노력을 무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재를 뿌렸다는 점에서 따끔하게 혼이 나야 하는 것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