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없는 ‘용두사미 선수협’

입력 2014-12-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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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 넥센 합동훈련 성토 하루 만에 “오해”…이번엔 한화에 화살 돌렸다가 황급히 봉합

김성근 감독 12월 캠프에 징계수위 높였지만
조사도 않고 섣부른 판단 넥센 이미지만 타격
다시 도마 오른 한화 “의견 수용했는데 황당”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넥센의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논란’에 대해 왜 하루 만에 슬금슬금 물러났을까.

선수협은 15일 오후 각 언론사로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합동훈련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진상파악에 따른 합동훈련 사실이 인정되면 즉시 선수협 결의에 따라 엄중한 제재조치를 부과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넥센의 일부 코치들이 목동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한 매체의 사진 뉴스로 보도된 이후였다. 그러나 16일 선수협의 화살은 다시 방향을 틀어 한화로 향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한화였다”며 김성근 감독을 원인제공자로 지목했다. 정작 그토록 강경하게 맞섰던 넥센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었다”고 물러났다. 이틀간 선수협이 한 일은 넥센에게 의혹을 제기하고 한화를 비판한 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황급히 봉합한 게 전부였다.


● 김성근 감독과 선수협, 무슨 일이 있었나

선수협은 이달 초 총회에서 각 구단이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조항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발 시 징계 수위도 크게 높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2월 한 달 간 사실상 강제성이 짙은 해외 재활캠프를 계획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김 감독과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이 수차례 통화를 나눴고, 결국 한화는 캠프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박충식 총장은 이에 대해 “선수협이 신고선수, 재활선수, 최저연봉선수들의 훈련까지 막고 있는 게 아니다. 재활훈련이 필요한 선수는 자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야구 규약에 명시도 돼 있다. 그 규약을 바로 KBO와 구단과 선수협이 합의해서 만든 것 아니냐. 그런데 김성근 감독님이 규약을 어기고 훈련을 진행하시려 했기에 문제를 삼은 것”이라며 “룰대로 하면 된다. 단지 아프지도 않는 선수, 1년간 풀타임을 뛰었던 선수들에게까지 강압적으로 운동을 시키는 부분을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자율’이냐 ‘아니냐’가 문제라는 원론적인 얘기. 그러나 갑작스럽게 다시 도마 위에 오른 한화는 “선수협의 의견을 받아들였는데 갑자기 또 거론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감독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실태조사도 없이 경솔하게 대응…선수협 헛발질로 끝나

불똥은 엉뚱하게 넥센에도 튀었다. 넥센 코치 세 명이 목동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사진을 본 선수협은 즉각 보도자료를 냈다. 문제는 먼저 ‘크게 분노’했을 뿐 자세한 상황 파악은 하지 않은 채 ‘선수협은 코칭스태프가 관련된 훈련이라면 구단의 지배력이 미치는 합동훈련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부터 밝히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 어떤 조사도, 대응 전략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시즌 내내 자율 훈련의 원칙을 고수했던 넥센은 졸지에 비활동기간에 강제훈련을 시키는 구단이 됐다. 정작 강하게 들고 일어난 선수협은 뒤늦게 정반대의 ‘진상’을 ‘파악’했다.

박 총장은 “넥센 염경엽 감독, 선수들과 통화해본 결과 강압적인 합동훈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른 구단에서도 다 하고 있는 개인훈련의 수준”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다. 특별한 제재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했다. 결국 ‘넥센의 합동훈련 논란’은 선수협의 ‘헛발질’로 끝났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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